하늘을 출근시키고. 오늘은 그저 부지런을 떨어 봅니다.
음악 크게 틀어 놓고 후다다다다다닥 청소를 해 봅니다.
문을 화들짝 열어 놓고.밤새 함께 숨쉬엇던 공기를 밖으로 내 보내고 새 공기를 불러들여 같이 청소를 합니다..
매일처럼 생기는 상념 같은 먼지들을 걸레로 닦아 냅니다.
수돗물 쏴아아아아....설겆이도 신나게 팍팍 해 치웁니다.
세수를 합니다. 거울속에 물기 머금은 나의 얼굴이 어쩐지 낯설기만 합니다. 처음보는 사람처럼 낯설어 한동안 바라봅니다. 그저 멍하니..........그렇게 서로 바라만 보다가 헤어지기 싫은 듯 헤어져 나와 다시 화장대 앞에서 만나봅니다. 사라진 물기 탓일까..........스킨 로션만 바르다가 .....영양크림에 ........입술까지 발라봅니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지어 보내니 거울속의 나 또한 미소로 답합니다... 컴퓨터에선 아직도 노래가 흐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동안 무엇을 할까......이것 저것 들여다 보며 구경을 하다가.....문득....의자를 박차고 일어납니다......그저 몇 일째 집에서만 보낸 시간이 갑자기 답답해 집니다. 과감하게 컴퓨터를 콱~~~~~ 꺼버립니다.
주섬주섬 대충 옷을 챙겨입고 갈 곳도 없으면서 무작정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잠바를 걸치고 지갑을 챙기고 열쇠를 챙기고 가스를 잠그고
현관문을 잠그고 돌아서니 아침에 내리던 진눈개비가 비로 변햇는지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길을 걸엇습니다.....흥얼거리며 길을 걸엇습니다...무작정....
아파트를 끼고 돌아 베란다로 보이는 길을 걸엇습니다.....
며칠전에 걸엇던 길을 지나......이번에는 다른 길을 택해 걸엇습니다..산비탈아래 집들이 옹기 종기 있는 길을 따라 걸엇습니다.. 시골 풍경 그 자체다. 흥얼거리고 겄다가 어느새 생각에 잠겨 노래마져 끊긴 사실을 발견하고 다시 생각나는 대로 흥얼거리며 또 걸어봅니다. 과수원을 끼고 난 길을 걷다가...초라한 시골집 대문 앞길을 걷다가 먼 하늘을 쳐다보다가...........어느새 산 자락 높은 곳에 올라와서 동네를 내려다 봅니다....그리 높지 않은 산 자락에서....
한 동안 마을을 내려다 본다. 그냥 그렇게 머물러 봅니다.
가랑잎이 뒹구는 길 옆으로 아직 매달려 있는 가랑잎새가 조용히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미 탈색되어진 채로 겨울을 묵묵히 보내는 갈대는 조용한 몸짓으로 나에게 인사를 합니다.
이름모를 풀들이 파아란 색을 내밀고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타박타박 되돌아오는 길 옆에 엉성한 울타리 안에서 까만 염소와 토종닭들이 한 울타리 안에 어우러져 어정거리며 놀기도 하고 먹이도 먹고 있습니다. 바쁠 것이 없는 평화로움이 느껴집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과목들과 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
귓가를 스치는 차갑지 않은 바람의 인사.....
이름도 알수 없은 작은 새들의 지저귐의 노래......
봄은 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미 와 있었습니다. 잠시 웅크리고 있지만 분명히 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와 있습니다.
먼산에 흰 눈이 히끗히끗 보이고 아직은 두터운 잠바를 입은채 볼이 조금 춥게 느껴지지만 .........
마음은 어느새.....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봄을....
희망의 봄을.....
봄이 온다고 해도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을텐데.....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올 봄을..
꽃이 피고 나비가 나르고 아지랭이 피어나는 봄을 .......
웅크리고 있던 나의 마음을 활짝 펼 수 있을 것 같은 봄을.
장에 가신 엄마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