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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과의 대화-2 (부제: 방황)


BY 깻잎소녀 2000-07-28

오늘은 왠지 그러네요
숨을 턱턱막는 한낮의 여름더위도 내가 가진 허전함을
그리 쉽게 태워 버릴 수 없을것 같네요.

무료한 오후
가게는 텅비어 있고 마치 손님을 내 쫓기라도 하듯 에어컨은
찬 기운으로 가게를 얼어붙게 만드는것 같아요.
때르릉! 때르릉! 무료함을 깨뜨려 버리는 전화벨소리,
그건 또 하나의 무료함과 허전함과 그리고 나를 깨우는
소리였어요. 그건 친구의 한숨소리, 나하고 비슷한 처지에
그녀가 내뱉을 수 있는 그런 부류의 말.
그건 내가 미처 내뱉지 못한 그런것들 이었죠.
그녀역시 나역시 아직 제자리를 찾지못한....미처 찾기도전에
지쳐가고 있는 모습들. 그 모습이 결혼 2년을 넘기고 있는
그녀와 나의 모습이죠.
우린 서로의 말을 듣기보다 마치 그동안 삭여 두었던 감정을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듯 서로를 그렇게 위로하고.........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나도 우리의 어머니가 지금쯤 겪었던 생각을 뒤늦게
?아간다는 생각을.....
그렇게 우리의 어머니들은 내것을 하나 하나
내 자식에게, 내 남편에게 그리고 내 주위에 나누어 주어야
할 것들에게 주는것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모습-
어머니가 되어가는 이유인것처럼 말이죠

아직 더 잃어야 할 것이 많은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프겠지요. 내것을 떼어 내어야 한다는 것
-나를 잃어 여자가 되는- 그것을 견디어 내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이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화장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선 이유를
그리고 걷고 있는 내모습이 낯선 이유를.........!
그건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 나와
버릴수 없는 것을 붙잡고 있는 내가 싸우고 있는,

그 얼굴이 화장실 거울속에서
나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