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때는 해가 중천에 솟은 9시였다.
패러 글라이더가 창문 밖으로 몇개 날아다니고,
큰 풍선 열기구가 불꽃을 피우며 떠다니고 있었다.
세계 도자기 축제의 마지막 남은 한주의 행사였다.
베란다에 매달려서 남한강의 푸른 물줄기의 반짝거림을 내려다 보고,
시원한 맑은 공기를 들여마셨다.
그러고도 뒤척거리고 게으름을 피고 아침을 먹고 나선 것은 1시 무렵이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행사장이 있었다.
신륵사 입구
麗州를 마음에 들어한 것은 몇해전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장편소설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그냥 읽고 지나간 것이였지만
신비스런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의 실화같은 신비감이
머리에 남아있었다.
반짝이는 남한강의 물결과
신륵사 뒷산의 소나무 숲과 晩月의 교교한 달빛!
그 아래에서 이루어 지는 歷事!
한낮 통속소설속의 몇백년전의 일이였지만
밤을 새워 5권을 단숨에 읽었던 기억!
그래서 그 배경인 麗州의 신비감을 좋아했었나 보다.
그 중에서도 신륵사와 남한강의 잔잔한 물결과 빛나는 모래톱!
다행히 남편의 친구들이 몇이서 공동으로
잠시 머물수 있는 숙소를 마련을 했고,
바쁜 세월이라 자주 이용하지 못하고,
사실은 우리가 제일 자주 애용하는 편이었다.
麗州는 생활자기와 옹기류의 민속자기 중심으로
전시의 역점을 둔 것 같았다.
廣州가 관요로 고급 도자기 공예의 중심이라면
麗州는 생활도자기 중심인 것 같았다.
세계도자기 디자인전과 중국과 비교 전시한
중국고대토기전을 보고 상품관에 들러서 구경을 했다.
언제부터 뚝배기를 사려고 했던터라
값도 물어보고 구경을 했다.
우리집은 된장찌게를 자주 끓여서
몇년전에 장만한 몇개의 뚝배기들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바꾸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뚝배기를 크기별로 다섯개를 골랐다.
밥공기set도 오래 쓴거라서 이참에 바꾸리라 생각하고
골랐다.
예상외로 가격이 쌌다.
그래도 덤으로 양념그릇까지 2개 얻어서 기분좋게 나섰다.
다리품을 들인 덕으로 마음에 드는 뚝배기 다섯개를
그것도 아주 싼 가격으로 사고는 무거운것도 잊고 나누어서 들었다.
지난번에 들렀던 곳이지만 신륵사를 들리고 싶었지만,
利川을 들릴 생각으로 그냥 나왔다.
이천으로 가는길은 그곳에서부터 밀려 있었다.
한걸음씩 겨우 가는길을 도저히 기다릴수 없어서
포기하고 길을 돌렸다.
바로 서울로 올라 오기로...
양평으로 오는길에 자주가는 유퉁의 국밥집에서
장터국밥을 시켰다.
얼굴을 아는 조선족 아줌마가 동동주 한사발을 서비스로 들고 왔다.
출출한 터에 한모금씩 마시고는 입맛을 다시자,
다시 한사발을 가져다 주었다.
기사는 음주운전은 안된다고 내 앞에 내려놓았다.
알싸한 풍미가 풍겨왔다.
국밥 한그릇을 비우고 뚝딱 비우고,
커피까지 한잔 빼들고 차로 올랐다.
국밥에 커피라~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지만 뒷맛은 개운했다.
아직은 채 다피어나지 않은 갈대밭을 내려다 보며,
어둑어둑 저무는 강가의 둑길을 달렸다.
아이들이 걱정이 되었다.
밥을 챙겨 먹었을까?
아침에도 작은 아들이 전화로
몇시쯤 들어 오실거냐고 묻는걸 보니
친구들을 집으로 끌어모을 것인지?
나갈 것인지를 궁리하는 모양이다.
한보따리의 엄마만 기분 좋아할 선물(?)을 내려 놓으니,
그래도 인사로 예쁘다고 한다.
삼겹살을 챙겨놓았는데
그건 건드리지도 않고 냉동실에서 국거리 쇠고기를
꺼내서 구워 먹었단다.
어쩐지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더라나?
아이쿠~ 우리 아들들..........
삼겹살을 다시 구워서 한조각이라도 먹이고서야 맘이 놓였다.
내일 아침에는 된장찌게 뽀글뽀글 맛있게
끓여줄 것을 약속하고...
다섯 개의 뚝배기를 뜨거운 쌀뜨물에 끓여서
깨끗이 씻어 곱게 올려 놓고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기껏 다섯 개의 뚝배기지만,
오늘의 전리품으로 얻은 개선장군마냥.......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