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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야기 (1편 )


BY cosmos03 2001-11-02

딸아이는, 병원과 무척 친하다.
내과부터 소아과, 이비인후과...하다못해 산부인과까지.
(부인과는 가려움증으로 인해 갔었읍니다. )
콧물에, 기침에... 머리끝부터 시작해 온몸이다 가렵다고도 하고.
아무튼 머리아픈 아이였다.
태어나서 하룻밤만 편히 자보고는, 배꼽에 생긴 염증으로 소아과 부터 시작한것이.
응급실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무던히도 제 에미와 에비의 애 간장을 녹여대던 놈이다.
한밤중에 열이나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발가벗긴 몸으로 동네 한바퀴~
토하고 싸고, 토하고 싸고...
병원문을 두드려도 원인불명! 일때도 많고...
아마도 병원비만 모았어도 집 한채는 사고도 남았을 거라는 농담을 남편과 난.
심심치 않게 하곤 한다.

일일히 다 열거할수 없을 정도로다.
그 아이몸은 움직이는 종합병원 이었다.
" 이번것은 병명이 뭔고? "
할라치면, 그 다음날은 어김없이 메스콤에서.
" 요즘 유행하는 수족구가 어떻고, 장염이 어떻고, 가성콜레라가 저떻고..."
한다.
입원또한 수도 없이 했고...
그런 녀석이, 몇년전에 너무도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으니...
마구마구 패주고 싶었지만.
" 어린것이 오죽했으면..."
하고는 덮어 두었다.

imf로 온 세상이 시끄러울때, 사업이라는걸 하시던 큰 오빠가 어려움에
쳐해 우리집에 당분간 계셨다.
형제인 작은 오빠도 같은 대전에 살고 계셨지만
계수씨와 한집에 있는것이 불편하다고하여.
누이동생과 매제가 있는 우리집에 잠시 머무르셨다.

혼자인 아이는 외삼촌을 잘 따라주었고...
기침과 콧물은 항상 달고 다니면서도 그럭저럭 잘 지내주었기에
별, 큰 문제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오빠께서 한달여를 머무르셨나보다.
" 내가 벌려 놓은일...내가 수습해야지. "
라며 올라가실때는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
팽개쳐둔 가정을, 장남인 큰 오빠의 어깨위에 지워 놓으신 아버지 덕분에
내겐 큰 오빠가 내 보호자가 되어 먹는것도, 입는것도...
학비조차도 큰 오빠의 주머니에서 거의 모두 나와야했다.
나중엔, 작은 오빠가 내 보호자가 되어 주었지만...

그렇게 머무르던 오빠가 서울로 올라가시고.
난, 대청소를 하였다.
오빠가 쓰던 방도 정리를 하여야했고...
아이의 방 또한 정리가 필요하여, 화장대를 옮기고, 서랍장을 옮기고는.
청소기를 돌리려는데, 알약들이 먼지와 함께 꽤나 여러개가
뒹구는거다.
" 웬, 약이 여기에 있지? "
그리고는 무심결에 약들을, 청소기 흡입구로 빨아들였다.
알약이 빨려들어가면서 따다다닥~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도.
그때까지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거다.

그런데...
나머지의 서랍장을 치우고보니...
세상에~
제약회사에 온것도 아니고... 무수한 알약들이 그곳에 진을 치고 있는거다.
하얗고, 빨갛고... 노랗고 녹색인 알약들이.
순간,
" 오빠가?... 설마~. 이렇게 나약한 분이었나? "
너무도 힘들어 오빠가 삶, 자체를 포기하려한것으로 생각이든다.
너무 놀라고, 당혹스러워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다.
" 여보! 오빠가... 오빠가. 나쁜 마음을 먹었나봐~ 어떻해? "
" 침착해. 이 사람아~ 설마, 형님께서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셨겠냐? "
" 아니야, 모르는거야. 나 서울에 전화좀 해볼께~ "

그러나, 서울은 전화조차 받지않고...깜깜하다.
안절부절...마음의 불안은 쉴새없이 몰려오고...
남편은 가까운곳에 있었는지. 바로 들어온다.
지저분한 방안을 훑어보던 남편이...
" 근데, 이상하잔냐? 나쁜마음 먹은 분이, 왜 증거들을 여기, 이곳에 흘려놨겠냐? "
" 그거야, 나도 모르지... "
" 혹시... "
" 응? 혹시뭐? "
" 약좀 주어 담아봐. "
" 왜? "
" 이거, 분명. 이화. 이녀석 짓이야. "

그렇게 해서 모든 약들을 싸 갖고 나간 남편...
내 이 두손으로 하나가득 주어 담았으니... 그 양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후에 전화가 온다.
" 당신... 에구~. 봐라. 이화, 이누무지지배 짓이지. "
" 세상에...웬, 배신? "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닥달을 하니...
약이 너무도 먹기싫어 안 먹고. 먹는척만 했다한다.
입에 넣는척하고는 도로 뱉어서는 안보이는 화장대뒤로.
서랍장 너머로... 그렇게 슛!을 날린거란다.
어쩐지...
병원에가면, 의사선생님도 이상해~ 라며.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먹느냔다.
나야물론 내 눈으로 보았으니 잘 먹는다고 할밖에...
다시는 안그런다는 아이의 눈물과콧물에 내 그냥 용서해 주었지만.
그당시의 허탈함. 그리고 자식에 대한 배신감.

믿아야지...하면서도, 그 다음부터는 아이의 약먹는모습뿐 아니라.
" 아~ 해봐. "
해서는 입속까지 점검을 해야하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게 자식이라고는 하지만...
이럴때, 내눈에 비친 내 아이는 황당! 그 자체일뿐이다.
엄마라는 이름이 조금은 버거워졌던, 하루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