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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인생1..


BY 바보 2001-11-01

버스에서 내려 니트속을 파고드는 찬바람 느끼며 퇴근을
했습니다.퇴근하면서 우체통을 여지없이 쳐다보았습니다.
역시나 오늘도 어느 은행에서 날아온 독촉장이었습니다.
우체통에서 이것을 꺼내 뜯어보는게 이것이 나의 하루 마감입니다.
몇월몇일까지 갚지않으면 알아서 할거란 그 짧막한
글귀에 난 아무런 충격도 들지않았습니다.솔직히..
하루이틀도 아니고,우리가 안고가야할 부채는 그은행뿐이 아니었으니까요.
나의 목숨을 건 반대에도 불구하고,우리 남편은 일을 벌렸습니다.
사업을 한답시고 집을 담보로 돈을 은행에서 빌리고
우리식구들 앞으로 몇년씩 부어왔던 모든 보험금을 대출받고,
카드란 카드는 다 긁어 사업에 투자란걸 했더랬습니다.
처음엔 잘되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렇게 부자가 되는구나 하면서 신나했습니다.
정말 행복한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신은 우리편이 아니었습니다.
사업이란걸 시작한지 얼마안돼,우리는 아이엠에프를 맞이했고,
그많은 부채의 고율의 이자에 시달리며 서서히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고,7명이나 되는 직원들 봉급을 뒤치닥꺼리 하면서 더욱더
상황이 안좋게 변해갔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사정이 좋지않아 결국은 눈덩이 처럼 불어난
부채에 어쩔수없이 시댁과 친정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정말 혀를 깨물고 죽고싶었고 비참했지만,
여기서 주저앉을수 없다는 각오였기에 그 도움을 발판으로
일어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치만,
우린 실패했습니다.
그러고 나길 1년이 다되어가고있습니다.
지금 우린 사는게 사는게 아니랍니다.
그치만 아이를 생각해서 그래도 우린 이악물고 삽니다.

근데 오늘은 정말 슬프고 죽고싶고 눈물나는 날입니다.
은행에서 날아온 최고장때문이 아닙니다.

퇴근해서 식탁의자에 앉자마자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시어머니였습니다.
우리가 가져간 돈의 이자를 한번도 빼뜨리지 않고 드렸었는데
이번달(10월)은 정말이지 어려워 정말 부치지 못했드랬습니다.
그랬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이자가 통장에 안들어왔다고.
돈갖다쓴 넘이 무슨 할말이 있겟습니까.
목구멍가지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가라앉히며 내일 부칠 능력도
없으면서 내일가지 부친다는 약조를 하며 끊었습니다.
우리 시댁 부잡니다.
우리가 부치는 그이자 안부쳐도 그분들 사는데 지장없습니다.
아파트가 세채 입니다.28평형,32평형,38평형..
우리가 갖다쓴 돈은 이천만원입니다.
갖다쓴 돈은 이천만원이지만,그동안 나와,그사람이 시부모께 받은 대접은 정말 얼마만큼의 금액으로도 칠수없는 대접이었습니다.
전화끊고 신랑한테 전화를 걸어 퍼부었습니다.
"다, 모든게 다 당신때문이야"
그분들 친부모 맞아?"어떻게 자식한테 이럴수가 있어"
등등...

전화끊고 금방 후회했지만,
컴앞에 앉아있자니,이렇게 된 우리 신세때문에 눈물만 날뿐입니다.
우리의 실패한 인생..

내일 모레면 마흔인데 언제 일어설수있을가요?
언제 시댁의 부채를 다 갚아주고,기를 펼수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