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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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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댁의 따님 일기를 훔쳐보셨나요?


BY ejsop 2001-10-30

슬프다. 그 아이의 일기를 왜 보지 못했는지
도움을 간청하며 멧세지를 전했건만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유난히도 감수성이 풍부하며 생기발랄하던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세상을 보는 눈이 분노로 가득채워져 간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며 본인도 왕따가 되고
정성스러운 엄마의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비워 버리고 돌아오는,
그렇게 많은 친구들과 콧노래 부르며 어울리던 아이가
친구들을 기피하게 되고...
그런 것이 모두 사춘기의 한 현상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집단구타를 당한 때문이라고...

요즈음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들의 수업을 재연해가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겨주는 그 아이가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니...
일부러 부모가 보기를 바라며 일기장을 펼쳐놓고 다녔노라고

나는 이세상의 겉치레에만 눈을 뜨고 다녔던 것이며
그것이 너무도 단단히 포장이 되어
마음속 깊이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막아 버렸던 것이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말로써 전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본인은 주장하면서도
딸아이의 간절한 도움을 청하는 것에 응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딸아이에게 연습하지 않고 엄마가 되었기에 실수가 많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인생의 선배들의 그 귀한 이야기들을 그저 한낱 수다라고,
과거사라고 치부해 버렸던 나도
이제서야 공원에서 햇빛을 쪼이시며 담소하시는 어른들의 따스함에
감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