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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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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후하고 친정에 야박한 남편 길들이기.


BY ns05030414 2001-10-22

남편은 맏아들이다.
아들로서, 형으로서의 책임감에 투철하다.
여편도 남편의 그 점을 높이 산다.
할 수 있는 한 남편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
여편은 그 것이 아내의 의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 것이 남편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남편이 외국에서 근무할 때이다.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자 여편은 남편에게 말했다.
"돈 좀 보내 드리세요. 병원비 걱정하느라 다른 병이 또 생길지도 몰라."
남들은 시어머니를 가장 복 많은 여자라고 그런다.
그래도 시어머니 입에선 한 숨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 아무리 많이 가져도 족하지 않은 듯 하다.
그런 시어머니를 여편은 안다.
남편도 자기 어머니를 안다.

며칠 후 여편이 물었다.
"돈 보내드렸어요?"
"만 불 보내드렸어."
여편은 속으로 흠칫 했다.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월급쟁이 형편에 그 돈은 아무래도 너무 많다.
그래도 이렇게 말했다.
"잘 하셨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전에 상의 한 마디 없었던 남편이 섭섭했다.
남편은 매사에 독단적이다.
남편이 결정하고 여자는 따르면 된다는 식이었다.
여편은 웬만하면 이런 것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문제 삼을 만큼 중요한 일이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여편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일은 그렇게 끝났다.

여편은 친정아버지를 자기 집에 초대하고 싶었다.
어머니를 잃고 외로워 하는 아버지를 위로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싫다고 하였다.
친구들과 술이나 먹고 놀게 그 돈을 보내달라고 하였다.
남편은 비행표 값에 해당하는 이천 불을 보내자고 했다.
마침 여편에게 천 불이 생겼다.
남편친구 부인들과 뽑기 계를 했는데 이 번에는 여편 차례가 된 것이다.
남편은 그 돈은 여편 마음 대로 써도 된다고 했었다.
여편은 그 돈을 친정아버지에게 보내고 싶었다.
아버지만 생각하면 아픈 마음이 그 돈을 보내드리면 조금 위로가 될 것도 같았다.
남편 만큼은 못해도 자기도 부모에게 자식 노릇도 하고 싶었다.
여편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남편은 안 된다고 했다.
남편네 들이라는 게 원래 밴뎅이 속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여편은 섭섭하다.

생각할 수록 섭섭하고 화가 났다.
이 번에는 이 대로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편은 샐샐거리고 잘 웃어서 사람들에게
"천상 여자야."하는 말을 듣지만 그 것은 여편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많지 않지만, 여편을 아는 사람은 그 지독함에 고개를 살살 흔든다.
여편은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잘 싸우지도 않지만 싸워서 진 적은 없다.
여편은 싸우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번에는 명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십 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았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한 말들도 떠올랐다.
"내 동생 학비는 투자고 당신 동생 결혼식 비용은 낭비야."하던 사람이 자기 동생 결혼에는 두 배나 되는 돈을 말 없이 내 놓았다.
그래도 여편은 모르는 척 해 주었다.
자기 부모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자는 출가외인이니 친정은 안된다고 했다.
여편은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그 일로 인해 시집 식구들에게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시어머니는 툭하면 말했다.
"너는 참 욕심도 없다."
세상에 욕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얼마나 절제하고 사느냐의 차이인 것이지.

여편은 다시 한번 남편에게 상냥하게 부탁했다.
여편은 여우라서 속으로 이를 갈아도 얼마든지 겉으론 상냥할 수 있다.
"여보, 나도 울 아버지에게 효도 한 번 해보자."
"안돼."
남편은 바보다.
그 것이 여편의 최후통첩이었음을 눈치도 못 챈다.
"그래? 좋아. 다음 부터 당신이 당신 부모 돕자고 할 때 내가 어떻게 하는가 두고 보자."

다음 날 남편은 장인에게 삼 천 불을 보냈노라고 했다.
여편은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받아야 할 빚이 많다고 속 맘을 다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