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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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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 부를 수 있는 ......


BY 분홍강 2001-10-22

근 다섯달 만에 그녈 만났다.
그녀의 둔한 성격과 나의 소심함으로 그렇게 서로 모른척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아주 오랜 친구면서 반면에 그리 편하다고만은 할 수 없던 친구...
걸핏하면 잠수를 해 버려 나를 애 태우게도 하고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 언제 그랬냐는듯이
태연하게 웃고 있는 그녀..

겁날것 없던 이십대에 의기투합 해 세상 온갖 고민을
풀어야 할 숙제인냥 여기며 방황하는 별처럼
그렇게 이십대를 보냈다.
항상 무언가에 ?기 듯 불안해 했고 서로의 방황을
지켜 보는 수 밖에 그땐 할 수 있는것이 없었다
의미없는 겉치레의 언어를 무엇보다 경멸했고 보편적인
시선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었다.
철부지 시절 누구보다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거라는
짧은 생각에 상처받고 때론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준 기억 별로 없고 낯간지러운 표현
한번 해 본적 없다.
한때 친구이기를 포기하고 싶어 괜시리 서운한 감정을
갖다 붙이기도 했었고......

왜 인간과 인간의 만남은 항상 손익계산을 따지게 되는지...
그런 내 자신이 싫으면서도 쉽게 떨쳐 내지 못했었나보다.
순수를 위한 순수는 없는 건지.....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면서 가슴으로는 공감하지 못하는
이중성이었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에 마주앉은 그녀는 여전히
변한것이 없었다.
그동안의 공백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묻고 대답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일상의 안부를 묻는다.

친구라 부르며 지내온 세월과 함께 우리의 눈가에도
어느새 잔주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하나 둘씩 딸린 자식 새끼와
잠시의 부재도 허락치 않는 여유없는 일상들에 치여
우리도 늙어간다.

이젠 우리둘다 결혼하고 약간씩은 무덤덤 해졌지만
오히려 그게 더 편안하고 너그러워짐을 느낀다
항상 자기색에 서로가 맞추기를 바라던 그 조바심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것을 먼저 배워야 함을.....

친구야!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그녀가 있어서 쓸쓸한 가을날에도
그리 외롭지만을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