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는 잔소리쟁이다.
무뚝뚝한 사람은 대부분 남의 일에 상관을 안 할 것 같은데 무뚝뚝한 것과 잔소리는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메다 부치 듯 퉁명스런 목 소리로 시시콜콜 상관을 한다.
식탁에 오를 메뉴가 무엇이냐고 묻고 상관을 한다.
쓰레기 버리는 방법도 당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잔소리한다.
며느리가 가꾸는 화단의 꽃도 여기 심어라, 저기 심어라, 상관한다.
시아버지 닮은 남편 덕분에 잔소리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지만 시아버지는 해도 너무 한다 싶을 때가 많다.
남편의 잔소리의 압박과 설움에서 이제 간신히 해방 되었는데...
이제 겨우 힘 펴고, 기 펴고 살 만하다 싶었는데.....
며느리 주장은 이렇다.
이 집은 큰 아들 집이 아니고 큰 며느리 집이다.
집이란 소유주가 남자가 아니고 여자라는 것은 호칭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왜 여자를 집 사람이라고 부르겠는가?
왜 여자를 안주인 이라 하고 남자를 바깥주인 이라 부르겠는가?
남자는 바깥에서 큰 소리 치고 자기 기를 펴고 살아야 하고, 여자는 집 안에서 주인 노릇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설날이라 시누이 가족을 제외한 사 형제 가족들이 모두 큰 며느리 집에 모였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시간이 되었다.
누가 어디서 잘 것인가를 정하는 것을 시아버지는 당신 권한이라고 생각했다.
큰며느리는 자기 집이니까 당연히 자기 권한이라고 생각했다.
시아버지는 이렇게 주장했다.
방 세 개는 큰 아들 가족과, 둘째 아들 가족, 셋째 아들 가족이 각기 하나씩 차지하고 당신 내외하고 결혼 안한 막내는 거실에서 자겠다고.
큰 며느리 생각은 달랐다.
아이들은 모처럼 모인 사촌들과 우의를 다지기 위해 아이들 끼리 컴퓨터 방에서 자야하고(잠이 안 오면 컴퓨터 게임도 해야 하니까),
형제들은 형제들 끼리 회포를 풀어야 하니 함께 거실에서 자라고 하고,
며느리들은 모처럼 시집 흉도 함께 보면서 우의를 다져야 하니까 큰며느리 방인 안 방에서 자고(함께 흉을 볼 때 사람은 가장 빨리 친해진다고 하니까),
시부모는 큰며느리 집에 와서 묵으시던 건너방에서 그대로 자면 된다고 생각했다.
시부모는 당신들은 흉 잡힐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어디 그런가......
함께 살고 있는 시부모의 아들들 흉도 보아야 하고, 없다고 주장하는 시부모 흉도 보아야 하고......
아뭏든 의견 대립이 팽팽해서 며느리도 시아버지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잠은 자야 하고..., 며느리는 비장의 무기를 빼들었다.
"아버지, 여기 안 주인은 저예요. 아버지 집에서는 아버지 마음 대로 하셨지만 여기는 제 마음 대로 하는 곳이예요."
훈련이 잘 된 남편이 즉각 지원 사격에 나섰다.
"맞아요, 에미가 안주인이니까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저도 상관 안 하잖아요. 집 안 일에 이렇쿵 저렇쿵 하는 것은 남자가 할 일이 못 된다구요."
시아버지 쓴 입맛을 다시고 건너방으로 들어 가셨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조금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 마음을 곧 접는다.
"그래도 그렇지, 상관할 일을 상관하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