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욕심쟁이다.
책 가방을 들고 나서는 아들이 손을 벌려도 돈이 없다고 한다.
자기 옷 사 입으려고 꿍쳐 둔 돈이라고, 장농 속에 돈을 두고 없다고 한다.
시할머니가 함께 노는 노인들과 나누어 먹게 음식 좀 달라고 해도 안 준다.
나누어 먹을 것이 어디 있느냐고 안 준다.
제사 지낸 다음 날, 음식이 넘쳐나도 안 준다.
음식이 상한 듯 싶으면 그 때서야 후회한다.
"나누어 먹을 걸...."하고 후회한다.
친정 어머니는 나누기를 좋아했다.
나누는 기쁨을 막내 딸에게도 가르쳐 주었다.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베풀 것이 있는 것을 감사하라고 하였다.
베푸는 것으로 삶의 울타리를 삼으라고 가르쳤다.
그 것이 사는 동안 가장 튼튼한 울타리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보고 들은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다.
시어머니가 끓인 보신탕 맛은 최고다.
고운 체에 바친 들깨국물에 고사리 넣고, 깻잎 넣고, 파도 데쳐 듬뿍 넣고 끓인다.
커다란 솥이 그들막하게,많이 많이 끓인다.
보글보글 끓는 모양이 맛 있어 보인다.
고소한 보신탕 끓는 냄새가 온 집 안에 퍼진다.
할머니가 냄새에 끌려 부엌으로 들어 온다.
할머니는 보글보글 맛 있게 끓고 있는 보신탕을 보니 작은 아들이 생각난다.
힘든 노동에 지친 까칠한 얼굴이 떠 오른다.
한 그릇 얻어 먹이고 싶다.
"얘야, 애들 작은 아버지 불러서 같이 먹자."
시어머니 눈치 보며 할머니는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시어머니는 할머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퉁명스레 대꾸한다.
"그 까짓 것 얼마나 된다고 나누어 먹고 말고 한다요. 우리 애들 먹을 것도 모자라겠구만......"
며느리는 할머니가 불쌍해서 시어머니가 밉다.
자기 아들 귀한 줄 알면서 할머니가 아들 생각하는 마음은 모른 체 하는 시어머니가 밉다.
할머니는 속 상해서 휭하니 밖으로 나간다.
늙으면 그저 불쌍하다.
"어머니어머니."
며느리는 단 숨에 어머니를 거퍼 두 번을 부른다.
약간의 콧 소리도 섞는다.
시어머니 귀에 거슬릴 지도 모르는 소리를 할 때 며느리가 쓰는 수법이다.
이 수법이 시어머니에겐 제법 잘 먹힌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바라본다.
희한하게도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이뻐한다.
욕심쟁이라서 며느리도 자기 것으로 생각해고 예뻐하는 지 모른다.
아뭏든 예뻐한다.
"제가 지금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한 것 처럼 나중에 어머니에게 하면 어떻게 하실래요?"
시어머니는 이 말에 찔리는 구석이 있는 지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그래도 너는 그러지 말아라."
며느리는 샐샐거리며 시어머니를 한 번 더 놀린다.
"어머니는 이런 말도 못 들어 보셨어요? 시어미 난 조왕에서 며느리 난다고 하잖아요. 제가 어머니 보고 배우지 누굴 보고 배우겠어요?"
시어머니 욕심쟁이라고 많이 놀렸습니다.
이제 당신도 인정하고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시지요.
울 시어머니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도록 욕심 부리는 모습이 꼭 세 살 짜리 어린 아이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