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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내 그시절 그리워 1탄


BY 빅토리아 2001-01-12

어린 내 그 시절 그리워 1탄


문득 어린시절의 그 따스한 동화같은 시절이 그립다
김영희의 종이 인형으로 만든 그 어리숙한 세계에 어린시절이...
동네에 코를 줄줄 흘리며 초가지붕 처마밑에 앉아서 놀던 동네아이들이
가슴에이게 보고싶다

날이새면 작은 신작로같은 우리 동네 윗집앞에 가마니거적에 덮혀있는
이름없는 시체도 있었고 촌에서 언덕을 넘어 우리동네까지 고구마를
리어카에 싣고 온 농부아저씨....

복숭아 과수원에 햇복숭아를 손질할때면 벌레먹은것 안익은것.떨어져 나뒹구는것을 한 다리이를 싣고와서 몇일이고 벌레와 싸우면서 먹어대던일

동네아이들과 모여 삔치기를 하면서 손이 얼음박히고 터져서 아파도
눈이오는 날에도 해가 다 질때까지 하느라고 집에갈줄을 모른다

나는 유독 화투나 삔치기나..하여튼 내기시합은 무조건 약하고 하기도 싫다
왠지 몽땅 다 잃고 빈털털이가 되며 어릴때 크리스마스때 맞기 민화투를 하면 팔뚝이 이불 개놓은 것처럼 붓어 오른다

어린 시절 가장 한이 가슴에 얹쳐있는것이 삔치기를 못한다는것이다
남들은 잘해서 옷삔에 양쪽으로 주렁주렁 머리삔을 달아가지고 다니는데
나는 그것을 한번도 그렇게 따 본적이 없다
그래서 추석이나 설이 되어 용돈을 좀 만지는날에는 그 한이 맺힌 머리삔을 사서 엄마가 다쓴 구루무꽉에 넣어두고는 너무나 행복해 했던 생각이난다

그러면서도 다시 삔치기가 시작되면 나는 그 보기에도 아까운 검고 날렵하고 빛나는 머리삔을 다 잃어 버린다
어린시절의 그 공허함 아까움 ....
울지도 못하고 보낸 작은 가슴이 지금도 남아있어 어느날 미용재료상에
가서 그 검은 머리삔들을 사려고 가보았다
그리운 그시절로 다시 돌아가보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그런 재비처럼 날렵한 검은 머리삔은 없어지고 못생긴 머리삔들이
나와 있었다 할수없이 그거라도 사와서 옷삔에 걸어놓고
어린시절로 돌아가 행복해 하면서 그냥 바라본적이 있었다

친정집을 새로 기와로 짓기전에 마당은 넓었으나 집이 보잘것없는
초가집에서 살앗는데 그곳은 정말 흥부네집같았었다

낮은 흙담 ..그리고 싸리문...한쪽에 닭장을 만들어 철그물로 엮어진 ...
그리고 집옆에는 텃밭이 있고 거기에서 늘 상추와 배추가 자란 기억이 있다

종이인형집에 나오는 둣한 초가집에는 흥부네 가족같은 우리 남매들이
살고 있었다
윗방에는 엄마 아빠가 젖먹이 아이와 조금 큰 아이를 데리고 자고
나머지는 큰방에서 몽땅 다 잤는데..
유일하게 초등학교에 다니던 오빠빼놓고는 다 여자들이었다
이불은 무지하게 큰 이불하나로 우리는 흥부네 식구처럼 다 덮고 잤다

우리는 밤마다 축제가 벌어졌다
엄마 아빠가 없는 우리 방에는 밤 늦게 돌아오는 우등생 오빠빼고는
몽땅 이불을 방에 깔아놓고 앞닫이 위에 올라가서 한명씩
이불위로 뛰어내리고는 우하하하....먼지나는줄도 모르고 몸을 구르면서
웃고 뛰었다

그러면은 엄마가 방뚝 꺼진다고 ?아오신다
우리는 엄마가 가신뒤에 아랑곳않고 또다시 놀이에 빠진다
하고 싶은 만큼 하고난뒤 우리는 나란히 고개만 삐쭉 내놓고 누워서
누구라 할것없이 옛날 얘기를 하나씩 꺼낸다

옆집에 사는 경희도 밤마다 공부한다고 책하나를 들고 몰래 와서 그 작은방에서 끼여 자면서 우리 자매들의 고소한 야담에 빠져 집에 갈줄도 모른다
내가 옛날얘기를 슬프게 하면 여기저기에서 훌쩍
울면서 얘기를 듣는다

그러고는 얘기가 끝나면 나를 여기저기에서 때리면서 그날밤 잠을재우지
않고 얘기를 강요한다
다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는데도 도무지 내 얘기처럼 재미있는 얘기는없다
얘기가 끝났다 하면 언니를 포함하여 경희까지 나를 죽도록
뚜둘어 잠을 재우지 않는다 그시절 그토록이나 순수했고 착했고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찼던 시절이었다

나는졸지에 그 야담를 위해서 책을 읽어야 했고 살금 살금 도둑 영화를 봐야했다 문희 신성일 나오는 영화하나를보면 그 영화얘기가 달아질때까지
수도없이 반복해야했고 들은 얘기를 또 듣고 또 들어도 눈물을
흘리면서 듣는 우리 자매들이었다

고구마를 한솥 쩌놓으면 금새 김치에 또아리를 지어 가면서 서로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먹으니 하여튼 먹는것 마다 맛이 있어 죽을 지경이었다

엄마가 한솥단지 쪄놓은 앙꼬없는 찐빵도 동네에 가지고 나가면
동네애들을 몽땅 다 내 쫄자로 만들수가 있었다
종이인형시절같은 그 세월이.....
조용히 눈감고 한없는 추억에 잠기니...
너무도 보고싶은 그시절의우리 자매들,친구들..
다시 돌아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