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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34) *사랑.... 그 이름으로...*


BY 쟈스민 2001-10-08

우리집에 시부모님께서 오시는 날엔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 형제들이 모두 모이곤 한다.

지난 토요일에도 .....
자식들 기다리시는 마음 역력하시어
내게 마음을 들키시고 만 어머니는
낮부터 이것 저것을 장만하신다.

식구들이 모두 모인 저녁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한결 여유로웠고 밤이 깊어가도록 아무도 집에 가려하는
사람이 없었다.

요즘 제철 만난 꽃게탕과, 대하찜....
그리고 쫀득한 촌돼지 볶음과 야채로
차려낸 소박한 저녁상을 앞에 두고
사랑이란 그 이름으로 우린 마주 앉았다.

서로 염려해주고, 기댈 수 있어서 .....
가족은 늘 편안함 그 자체이지 싶다.

아이들의 재롱은 즉흥적인 이야기꺼리를 끝도 없이 만들어 주고
그 와중에도 TV좋아하시는 우리 아버님께서는 애꿎은 볼륨만
자꾸 높이셨다.

매사에 빈틈이 없으시고, 시사에도 밝으신 아버님은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시다 이젠 퇴직하시고
젊은이들 처럼 스포츠도 즐기신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시는 아버님은
시골에서 보시지 못하는 케이블 채널을 맘껏 즐기신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렇게 익어가고 있어도 여전히 TV만
바라다 보시는 표정이 우스워 저만치서 한참을 멀끄러미
본 나를 아마 모르셨을 거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순수한 아이들처럼 한 곳에 빠져들며
몰입하는 재미에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처 가보지 않는 미지의 길에 대한 동경으로
때론 느린 걸음으로, 때론 종종 거리며 그렇게.....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의 아빠는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시간에도
바빠서 함께 할수가 없었다.
그는 요즘 들어 배가 부쩍이나 더 나온 것 같다.

운동하러 다닐 시간조차 없어서 피곤함을 온통 먹는 거로
달랜 탓일까?

집안의 대주가 없다고 내심 섭섭해 하시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 몇마리, 꽃게 몇마리를 애비 몫이라고 남겨두시는 걸 보니
그 분의 눈에는 그렇게 덩치큰 아들이 아직도 마냥 어린애처럼
보이시나 보다.

아들의 고생에 늘 마음아파하심이
유난히 나의 마음을 붙드는 저녁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일요일이라 좀 늦잠을 잤겠지만
모처럼 부모님이 계시는 일요일이니 다소 일찍
하루를 시작해 본다.

커피 좋아하시는 그 분들과 차 한잔 나누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하루가 편안하다.

청소한다고 왔다 갔다 하다가 하루쯤 미루어 둘까 꾀를 부려본다.
허술한 곳이 눈에 띄면 어김없이 청소하시는 어머니임을 알고 있기에
일요일 내내 이구석 저구석을 말끔히 치워두어야 했다.

나의 눈에 붙어 있는 늦잠에 대한 미련을
그분들은 보신걸까?
아버님께서는 아침을 드시자 집에 가신다 하고.....
베란다 화분정리를 하다 보니 어머닌 근처의 시누이댁에 김치를 갖다
주러 가신다고 했다.

바로 오신다고 하더니 하루 해가 저물도록 오시질 않는다.

딸이 있어서 좋으실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쁜 손놀림으로
청소를 다 마칠 무렵 내게 전화 한 통 하셔서 한 숨 자라고 하신다.

며느리 편히 쉬라고 애써 비켜주셨던 건 아닌지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아무일도 하지 말고 그저 쉬라는 말씀.....
당신이 며칠 계시면서 다 해주신다 하시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어른이 청소를 하시게 할 수야 .....
이곳 저곳이 반짝이고 있을 땐 벌써 오후 3시가 된다.

사랑
그 이름으로 만난 우리는
서로를 위하여 나를 조금만 비워두는 것으로
버거운 삶이 조금쯤 가벼워질 수 있음일 게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누군가를 위하여 먼저 헤아리는 마음을 가져보는 일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훨씬 더 매끄럽게 하는 듯 하다.

며느리인 나는 어쩌면 영원히 딸이 될수 없을지 모르나
내 마음을 모두 풀어 놓으며 살 수 있다면
내 안의 사랑으로 그분들께 다가설수는 있지 싶어진다.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
누군가가 딸이냐고 물어볼 수 있을 만큼만
나는 어머니에게 그리하려 한다.

살아가다가
내 마음속에 서운함이 문득 인다 하여도
담아두지 않고 모두 꺼내어 말할 수 있는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되고 싶어 진다.

사랑....
그 이름으로 살기를
인연지어진 그 분들을 바라다 보면

가을 햇살이 마냥 다사로와 보이고
모든것들이 그저 나를 위한 축복으로
감사하여야 할 일들이다.

나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받고만
살아온 게
아닌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슬그머니 나를 찾아든다.

내가 그를 만나서 알게된 사랑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랑이
지금 나의 문 앞에서 내게 정겨운 손짓을 한다.

지금처럼만 그리 살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