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다.
비록 2~30년을 전혀 모르고 남처럼 지낸 사람들이건만,
정작 그들이 결혼하여 함께 하는 시점에서부터는 가족
이라는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를 통해 새롭게 맺어진 양쪽 집안과의 관계
또한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부부사이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서로에
대해 약간의 텔레파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우리 친정 이모님에게 이런 일이 있으셨다.
나의 이모부님은 그당시 공군이셨는데, 베트남 전선에서
우두머리로 계셨다.
어느 날 이모님께서 꿈을 꾸셨는데, 너무 불길한 꿈을
꾸셔서 베트남으로 어렵게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마침 외국의 높은 분들을 모시고 비행기를 타야 할 일이
있어 바쁘다는 이모부님의 말씀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이모님께서는 그 꿈이 불길하니 절대로
그 비행기를 타지 말라시며 거의 떼를 쓰시듯 말리셨다.
그렇다고 국가 중대사를 개인 신상으로 고사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한사코 이모부님께서 안된다고 오히려 이모님을
설득하기도.
그러나 의외로 너무 강경했던 이모님은 그 비행기를 꼭
타야겠으면 이혼을 불사하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결국 이모부님께서는 그런 이모님의 강경함에 눌려, 피치
못할 일신 상의 사정을 핑계로, 다른 분에게 비행을 부탁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 비행기에 탔던 모든 이가 전몰하는 큰 사고를 입었고,
그 사고가 워낙 커서 한동안 꽤 회자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모님의 꿈과 이혼을 불사한 만류에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이모부님의 그때 심정은 어땠을까.
그러나 이모부님 대신으로 비행기를 타셨던 분은 결국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고,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 이모님
내외는 그 돌아가신 분 유족의 생계를 꽤 오래도록 챙겨
주셨다고 한다.
어쩌면 '그 까짓 꿈때문에.....' 중대사까지 미룬
이모부님이 더 대단하신 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평소에도 유난히 부부 금실(琴瑟)이 좋은 부부
였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가 이모님께 순간적인 예지력을
갖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경우는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다.
외항선원인 남편이 배에 침몰하여 숨진 시각, 아내 역시
집에 있던 시계가 갑자기 떨어져 깨지는 것을 경험했다
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한 예로는, 남편이 어쩌다가 외도를 하게 되었는데,
외도 상대인 여자를(아내는 한번도 현실에서 본 적 없는
초면의 얼굴임에도) 아내가 꿈에서 몇차례씩 봤다는 일.
그러다 우연히 꿈에서 본 그 상호의 카페가 있어 무심코
들어섰다가 꿈속에서 본 장면(남편과 그 여자가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을 그대로 목격하고 충격받았다는 것.
부부지간의 이런 일종의 텔레파시는 꽤 여러 부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편이라고 한다.
아마도 남이 아닌 부부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유대감이
서로에게 벌어지는 일을 알게 모르게 감지하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몇 번 그런 경험을 작게나마 한 적이 있어서,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거나하면 (남편 입장에서는 다소
어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일일지라도) 되도록 막는
편이다.
남편 또한 이런 나를 대부분 잘 따라주는 편인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 집안 여자들의 특징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우리 집안 여자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남들에
비해 꿈이 잘 맞고, 어떤 예감이 적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비단 나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많은 아내들이 남편에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능력이니, 예지력. 또는 텔레파시. 이런 모든 것들
또한 결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신의 기술이 아닌
까닭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뭐는 보이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은가.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바늘을 걸어놓고 그 바늘의
구멍이 아주 커다랗게 보일 때까지 정신을 집중하는
노력을 해야 할만큼, 한곳에 마음을 쏟는 일이 중요
하다고 말이다.
남편이 누구인가.
지지고 볶으면서도 남편이란 존재는 바로 아내의 또
다른 자기 모습 아니던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면 할수록, 남편 또한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남편과 아내는.... 살아가면 갈수록 더욱 더 일심동체
라는 말에 수긍이 가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