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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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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빠져서 다투는 부부


BY 雪里 2001-10-06


며칠만에 딸을 보러 가게에 나오신 엄마를 보자
그이는 "이때다!"싶은지 잔소리를 시작한다.
병원엘 가래도 안가고,밥 먹는것 보면 숟가락 뺏고 싶다나?
장모님에게 하소연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 신경쓰게 하는것 같아 목소리로 기선제압(?)을 할 양으로 커다랗게 한마디 한다.
"내가 한두살 아이야? 아프면 병원에 알아서 갈거예요!"

"제가요, 그동안 다리 깁스해서 마누라옆엘 못갔었거든요!"
생각없이 말하고도 이상한지 얼굴표정이 머쓱하다.
"깁스 풀고 오랫만에 마누라를 안아보니 너무 많이 말랐어요.
아무래도 건강에 이상이 있나본데 자기혼자 의사 약사 다해대며 종합검진을 한번 받아보래두 영~ 말을 안듣네요."

늘상 내 목소리커지면 낮추던 그이의 목소리가 줄어들질 않는다.
"남들이 말랐다해도 늘상 봐서 무심했는데,안아보니까요,벼메뚜기처럼 말랐더라구요. 신경쓰여서 손에 일이 안잡혀요, 장모님!"

평소에 말이없는 그이가, 엄마를 보자 물만난 물고기처럼 넉두리비슷하게 한참을 해댄다.
아닌게 아니라 여름을 나고난후 손님들에게 말랐다는 얘길 많이 들어 체중을 재보니 5키로정도가 줄었다.
계절탓도 있었지만 허리 통증에 시달리느라 밤에 잠을 편히 못잔 탓 같다.

그래도 표준형인데 걱정도 팔자지 싶은맘으로,
남들은 살이쪄서 걱정인데 다이어트 걱정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고 그이에게 웃음을 보였지만 무표정으로 감정을 보인다.
평상시 순하디 순한 이아저씨!
화가 단단히 났나보다.

마누라 걱정하는 맘 내 모르는바 아니지만, 장모님 응원 받으면서 하는 잔소리가 싫다.
그냥 지나치는 말하나도 딸 얘기는 귀 곳추세우고 들으시며 걱정하시는 엄만데 혼자 집에 가시면 또 얼마나 딸 건강을 염려하시라고...

며칠전
오랫만에 그인 나를 안아본거다.
다리 다친 바람에 그저 손만 잡고, 내가 다리만 그이에게 올리고.
그렇게 지내길 두달 가까이.
신혼처럼 다가선 그이는 폭 들어가는 나를 안으며,
"자기, 정말 말랐다. 왜그럴까?"
그이의 걱정이 그때부터 시작된거다.
사랑의 표현이겠지만 자꾸들으니 잔소리다.
꼼꼼한 성격의 본색이 나온다.
염려인줄 알면서도 짜증스럽다.
병원에가서 멀쩡한데 왠 검사? 모르는게 약이지.

"알았어요,알았어! 밥 신경써서 먹을께요."
"난 자기가 신경 안쓰게하면 금방 살쪄! 나 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가게안에서 공연한 말씨름을 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끝나는 이 말씨름이
가을이 무르익어 말도 토실토실 살찔때즘엔 끝이 나려나!

시간내서
의료보험공단에서 하라는 종합진단이나 받아야 될려나보다.
그이 맘이라도 편하게 해 주려면.

雪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