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30

나의 길(33)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식탁*


BY 쟈스민 2001-10-06

어제보다 조금이른 시각에 내리는 어둠을 뒤로하고
한걸음에 내달리어 퇴근길에 올랐다.

집에 다다르니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느때 보다
한 톤 높고 밝은 음색으로 동동 떠있다.

왜 그런가 하였더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셨다고 한다.

아... 그랬구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만 뵈면 힘이 절로 나는 지
마냥 따뜻하고 포근한 품이라 느껴지는 지
참 해맑은 모습을 느낄 수가 있어서
여느집 며느리의 시부모님에 대한 느낌과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으로 늘 나에게 다가온다.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지어 드리려 부엌으로 들어선 내게
어머니께서는 손수 차리신 저녘 식탁을 내어 주신다.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구수하고 맑은 국을 끓여 내셨는지
맛깔스럽게 무친 고기 몇점씩을 얹어 햇무우를 넣어 끓인
아주 시원한 국이 일품이었다.

갓지어낸 고슬 고슬한 밥에 따뜻한 국 한술을 뜨는 그 저녁은
참으로 내게 어떤 근사한 만찬 보다도 행복한 저녁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고스란히 내게로 들어와 나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고, 고맙게도 하고 ....
여러 느낌들이 교차되어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작은 아이는 그 저녁 국을 두 그릇이나 후딱 먹어치운다.
한참 자라는 아이라서 그렇겠지만 그 아이에게도
내가 알게 된 사랑의 느낌이 전이되고 있었으리라.....

추석연휴 내내 함께 하시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을겆이를 서둘러 마치시고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시려
한달음에 오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속에는 아마 한 없는 바다와도 같은 사랑을....
아무리 퍼 내어도 메마르지 않는 샘물을
키워내고 있었음에
너무도 아프고, 따뜻한 사랑을 먹는 저녁이 되고 있었다.

아.....
그래서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구나
내 아이들에게 그런 행복을 알게 하시는 그분들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헤아려 주심이
내가 입은 크나 큰 축복이었음을 그 저녁엔 정말이지
가슴 깊이 알게 되었다.

마치 지금은 저 먼곳에 가버리신 나의 친정엄마처럼
그분은 늘 내게 그만큼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큰
사랑을 주시기에 난 너무도 작아진 것 만 같았다.

헹여 내 마음에 일고 있었는지도 모를 작은 불편함....
그런 것들마저 모두 죄스러운 일들이리라
함께 하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 하시는
그저 간절한 그 분들의 사랑의 깊이를
난 이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있음을

지금까지도 서서히 녹이듯 나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새벽에도
아침공기가 차다고 극구 말리는 며느리 뒤로 하시고
물김치 담그신다고 베란다의 찬공기도 마다하시지 않는
우리 어머니.....

내 어머니의 그 부지런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한 없이 작아진 나를 추스려야 했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먹는가가 문제가 아니고 얼마나 큰
사랑을 느끼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주말이다.
늘어지게 잠을 청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우리에게 사랑을 나눠주시러 오신 분들과 함께 보내는
주말은

조금의 부지런함을 요구할지는 몰라도
그 큰 사랑으로 아마 넘치도록 넉넉할 것 같다.

맛있는 거 만들어서 함께 나누며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꿈꾸고 싶어진다.

오늘 저녁에는 며느리가 차려 드리는 식탁에
꽃 한송이 꽂아두고
정성을 다하는 저녁을 만들어 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