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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페스티벌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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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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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BY 버들피리 2001-10-05

엄마.
전 언제나 엄마를 닮아갈까요?
푸근한 고향같은, 가슴 넉넉한 엄마 마음을 전 왜 닮지 못하는 걸까요?
갓 삶아낸 따끈한 밤을 먹은 며칠전.
엄마 생각이 유난해 나더군요.
이젠 저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건만
내년이면 일흔이 되는 나이에
아직도 칼로 밤 귀퉁이를 잘르고 작은 찻숟가락 갖다 주시며
파 먹으라시던..
당신은 낮에 많이 드셨다며 철없는 딸아이 앞으로 소복히 쌓아주시던 엄마.
전 왜 그런 엄마의 넉넉함을 닮지 못하는 건지?
며칠전 추석에.....
작은집이면서도 아버지께서 양자로 입적된 집안때문에 차례음식 준비에 바쁘시던 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렸어요.
지금은 일 잘 하는 올케언니덕에 편하시다는 엄마.
새벽 3시가 되도록 철 안든 두 딸들 편히 놀고 자는 사이
당신 혼자서 부침개며 나물이며 몇되씩 되던 송편빚기까지를 끝내시고야 잠이 드셨던 시절.
그땐 명절이 그냥 좋기만 했는데....엄마몫의 일들이 얼마나 더 생겨나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명절빔 한벌 못 얻어입으면 마냥 떼나 부릴줄 알았었는데...
엄마
가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나마 이젠 제법 철이 들었는지 엄마 생각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일년에 몇번찾아가는 친정나들이에서
엄마는 새벽 밝아오는 줄 모르고 올망졸망 떠들며 잠들줄 모르는 손주들 끼고 앉으셔서는 그저 함박 웃음 가득 머금으시죠.
뭐가 그리 좋으신지...
기차타고 다니는 길이라 이것 저것 많이 챙겨주시지 못하는게 못내 안타깝고
그렇게 보내고 나면 또 언제볼까 싶으신지
"엄마, 집에 잘 왔어요." 하는 수화기 저 너머에서 눈물섞인 엄마 목소리가 제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엄마.
부디 부디 건강히 오래 오래 사세요.
이 못난 딸, 엄마란 이름때문에 지금도 눈자위가 촉촉히 젖어옵니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