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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의 사랑


BY 봄비내린아침 2000-12-30

호두의 사랑이야기

2개의 호두가 있었다.

둘은 서로 제가 제일 단단하다고 우겨대며 자랑을 했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단단한 껍질을 부딪히며
달가닥 달가닥 쌈질을 해댔다.

어느날부턴가
1개의 호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간 호두는 제 속이 훤히 들여다 뵈는 줄도 모르고
다른 1개의 호두에게 계속 우쭐댔다.
"내가 제일 단단해"

조금씩 조금씩 그 새가 벌어져가는 호두를 지켜보던
다른 1개의 호두는 깜짝 놀랐다.

벌어진 틈사이에서 하얗고 향이진한 속살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모른체 외면을 했다
"흥, 껍질뿐였군"

나머지 1개의 호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기 껍질이 깨진지도 모르고 서로는 서로를 보고 속으로 비웃었다.

싸우다 지친 어느날
2개의 호두는 우연히 서로를 마주 바라다보게 되었다.

부딪히고 달가닥거리는 사이
골지고, 거칠던 껍데기는 반들 반들 윤이나기 시작했고
세상 무엇보다도 예뻐보였다.

조금씩 벌어진 틈 새에선 보이고 싶지않아 감추려던 부드러운 속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것은 또다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것을 그제야 그들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감싸 안았다.
일찌기 느껴보지 못한 평온함으로.

너무나 많이 닮아서
서로를 향해 상처내고 할퀴어온 숱한 세월을 후회하며
이제 단단한 껍질을 벗어버리기로 다집했다.

2개의 호두는
싸워왔던 세월의 깊이만큼
정이 들어버렸고,
오래 사랑하며 살 것이다..

오래 오래..........

2000년을 하루 남긴 겨울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