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을 좋아하고 또 잘 하는 것은 정녕 나무랄 일이 아니다.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즐거움을 선사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내가 의도한대로 말의 의미가 상대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쉽고 평범한 농담을 가벼운 마음으로 던졌다가 되레 이쪽에서 어리둥절해져 버린, 그러니까 아주 조그만 농담에의 아주 재미있었던 반응.
서로 머지 않은 곳에 살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 초등학교 동창생.
가끔 지나치는 길에 들르기도 하고, 모임에서도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생기면서, 그 옛날에도 나눈 기억이 없는 고향 사람들끼리의 친밀감을 나누게 되었다. 어느 날, 산책길에 그녀 집에 들러 차를 마시며 싱거운 잡담을 나누던 중에 내가 말했다. "거기도 가야 하고, 또 그 일도 해야 하고, **도 만나야 하고, 정말 새끼줄이 빽빽하게 됐다, 그지?"
친구: 그래, 스케쥴이 정말 빽빽하구나.
나:새끼쥴 너무 빽빽해서 감당 못한다고, **한테는 담에 만나자 전화를 해야 할까 봐.
친구: 스케쥴(이 부분에 힘을 주며 매우 진지한 어조로)이 빡빡하다고 말해야지.
나:그, 그래....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또 한 명의 옛친구 한테서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 누구랑 통화하고 있었니? 조금 전에 걸었더니 통화중이길래 다시 걸었어.
나: 응, 우리 애들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길래.
친구: 어머, 너네 남편은 이런 시간에 전화도 걸어주고, 지성이구나.
나: 지성은... 의처증 초기 증상이지.
친구: 어머, 어쩌니? 그치만 너무 속상해 마. 남자들에겐 다 조금씩 의처증 끼가 있다더구나. 어쩌구 저쩌구....(약 오분간, 이 순진한 고향 마을 친구는 의처증의 문제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여자들이 남편을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살아야 할 이유들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최악의 사태는 우리 집안에서 일어났다. 남편은 출근하고 시어머니와 함게 약간 느긋한 기분으로 후식을 먹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이성친구 찾기 프로가 한창이었다. 아이구, 시어머님이 그다지 재치 있으시거나 이해심이 남 유달리 많지 않다는 걸 파악 못한바도 아니건만, 그놈의 농담이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어머니, 어머니도 저렇게 영감님 한 분 알아봐 드릴까요?"
기껏해야, 지랄하네 라든가. 너도 참 늙은이를 그렇게 놀리면 쓰냐, 혹은 잘하면 웃음까지도 기대했던 난, 그만 기절할뻔했다.
"야, 이 썩을 년아아!"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같은 우리 시어머님의 고함소리.
"야 이년아, 시에미 알기를 고렇게밖에 안 알고 살았냐? 내가 약골 염감탱이 병수발 삼십년 끝에 먼저 보내고 말았다만, 아직까지 자식들한테 책잽힐 짓 한 번을 않고 살았다. 아무려면 며느리한테서 영감 얻어가란 소리 듣게 행실 더럽게 한 적 없다. 이 년아아!"
나, 그날 어리둥절, 당황....
그러나 역시 농담은 즐거워. 가벼운 농담 무거운 농담 짙은 농담 옅은 농담...아직도 그놈의 농담 버릇은 못 고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