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비자서류를 오늘까지 보내야했다.
다른건 동사무소에서 돈주고 떼면 되었지만 오늘따라 이 인간이
보험카드를 가지고 가버렸네.
할 수 없이 회사앞으로 차를 몰았다.
바쁜사람이여, 그대는 웬쑤라.
시내출장을 가버린 그가 경리아가씨에게 받아가라며 쌩뚱맞게 말했다.
생전처음 가보는 남편의 회사.
집들이 할일도 없고 생일때도 출장가버린 인간때문에 회사사람들을
볼 기회가 한번도 없었던, 어찌보면 편한 팔자다.
사무실문을 빼꼼열고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주춤주춤 들어섰다.
집에서 나올땐 남편에게 다이렉트로 받을줄알고 평소입던 옷차림으로
나섰는데 이 자루같은 힙합바지가 그리도 서걱대는 소리를 낼줄이야.
잡초색 대가리를 들이밀고 이사님 보험카드를 달라고했더니
무심코 고개들던 경리아가씨가 흠칫! 놀란다. -_-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어주는 카드를 받는 내 손톱은 까만색이었다.
그 가운데 교통표지처럼 노란줄이 있었으니, 순간 손톱을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받아들고 돌아서는 내 데쓰메탈 티셔츠에 사무실 파티션의 모서리가
걸렸고 280mm짜리 운동화가 순간 삐끗하며 바닥에 엎어질뻔 했다.
근데....저.....누구......세요......?
젠장!
그냥 집사람이라고 말하던가 우아하게 한번 씩~ 웃어줘버렸으면
돌아나오는 내 뒷통수가 따갑지 않았을게다.
도대체 뭐때문에! 무슨 생각으로! 거기다대고
오호호호! 첨뵈요~ ㅇㅇ씨 마누라에요~ (집사람도 아니고 -_-)
아하하하~ 오늘따라 편한 차림이라 그래요~ (묻지도 않았는데)
깔깔깔깔~ 머리가 개털이죠? 흰머리때매 염색했어요 (아...싫다)
...............계단을 내려오다 남자직원과 마주쳤다.
왠 양아치인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는걸 애써 외면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며 사무실쪽 창문을 올려다봤다.
창문마다 고개내민 직원들이 지네들끼리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으며
벙찐 표정을 하고있다가 내가 고개를 들자마자 샤샤샥~ 사라졌다.
남편은 저녁때 아무말도 안했다.
하기야, 벌써 포기한지 오래이니 뭘더 바랄까....
괜히 머쓱해진 나는 애꿎은 아들에게 농담을 건넸다.
아들아~ 엄마 이뻐 안이뻐?
이뻐! (아싸~........하지만 거기까지만 했어야했다)
어디가 젤 이뻐?
내 친구엄마들보다 훠~~얼씬 이뻐. 엄마는 걔네엄마들보다 머리색도
초록색이구, 귓구멍도 훨씬 많구, 서태지옷도 맨날 입자나!
마렵지도 않은 똥누는척 화장실로 튀는 내 뒤로
남편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에이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