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팔팔한 51세에 우주 공간에서 제일로 외로운 별 지구를 떠나
창조주가 영겁의 시간을 질펀하게 깔아 놓고 천지 만물을 창조하였음에
스스로 대견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며 가끔은 테크노 음악도 들려주는 천국으로간
악바리 아지매 김은미 여사.
살아 생전에 얼마나 악착을 떨며 살았던지 오죽했으면 악바리란 별명까지 붙었을까만.
암튼 별 할일도 없는 영혼들이 하품이나하며 시간을 땜질하는 곳에서 일년을 보내고
( 그 일년은 영혼의 수습 기간이란다.)
비로서 당당한 영혼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했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남편의 보약을 지으러 외출했다가 아뿔싸!
명줄이 짧으려니 어이없이 횡단보도도 아닌곳을 건너다가
달려오던 승합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박치기를 했으니
그 길로 의식불명 상태로 두어달을 소독약 냄새 진동하는 중환자실에서 보내다
마침내 지구여! 안녕~하고 작별의 손수건을 흔들었던 것이다.
김은미 여사는 살아생전에 속옷이 마르고 닳도록 입고 친지,, 이웃들로부터
앉았던 자리에 풀도 안날거라느니, 자린고비가 싸부님 할거라느니
하여간 벼라별 좋지 않은 소리 들어가며 안먹고, 안입고 안쓰며 악착스레 벌어 모아
건평 백사십오평짜리 3층 상가 주택에 도시 근교의 준농림지 수천평에
암튼 뻑적지근한 재산을 모아놓았었다
봄이 시작될 무렵에 겨울 상품 바겐세일하는 백화점에가서 일생일대의 호사로
무스탕 자켓 한벌을 반액에 사 놓고 한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몇년후면 정년퇴직을 앞둔 남편과 1남 2녀를 남겨놓고 먼저 지구를 떠나왔다.
그러니 어찌 하루인들 은미 여사의 맘이 편하겠는가?
영혼 수습 기간 동안 옴쭉 달쑥도 못하고 갇혀있던 기숙사를 나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만발하고 금은 보화 가득한 영혼들의 쉼터로 나오니
김은미 여사는 비로서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궁금했던것이 남겨 두고온 가족들의 안부라
김은미 여사는 돋보기 들고 지구를 내려다 보았다.
눈 감고도 훤히 찾아갈 수 있는 골목길.
날마다 옆집 멍멍이가 쉬를하던 집앞의 전신주.
1층에 가게 두집. 2층에 사무실과 음악 학원.
그리고 3층의 은미 여사네 살림집. 그런데 계단이 왜 저리두 시꺼먼스하게
땟국이 흐른다냐? 내가 없으니 아무두 계단 청소를 안하는겨?
은미 여사는 궁시렁거리며 집안을 들여다 보았다.
악!~~~~~~~~~~~~~~~~~~~~~~~~~~~~~~~~~~~~~~~~~~~
하마터면 은미 여사는 뒤로 발랑 넘어질뻔했다.
이게 먼 일인겨? 알록 달록한 홈웨어를 입은 중년 여인이
은미 여사의 남편과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있지 않는가!
입술 불여시 같이 빨갛게 칠하고 샐샐 눈웃음 치는게 영락없는 구미호로 보이는데
남편은 무어그리 좋은지 헤벌레해가지고 여자의 손까지 잡고있다.
세상에! 세상에 !
내가 죽은지 얼마나됐다고?. 은미 여사는 기가막혀서 무어라 할말을 잃었다.
그새 재혼을 했는가? 설마 그럴리야 없지.이제 겨우 첫 제사 지냈는데.......
아무리 옛말에 아내가 죽으면 그 남편은 변소에가서 세번 웃는다지만
저렇게 빨리 배신때릴 수야 없지. 내가 얼마나 고생하며 살았는데....
가진거라곤 탱자 두쪽뿐인 남편한테 시집와서 배추 장사, 양말 장사,
식당 주방일에 궂은일 , 힘든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벌어보태
집사고 땅사고 했더니 이제와서 보니 남 좋은 일만한것같다.
은미 여사는 처량하고 한스러운 비장함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다.
은미 여사 살아생전엔 그리두 정많고 자상하고 그저 아내밖에 모르던 남편이었는데
벌써 애인이 생겨서 집에까지 불러 들이다니 세상에 못믿을게 남자의마음이라지만
이건 너무한다 싶어 설음에 또 설음이 겹쳐 마침내 은미 여사는 콧물 훌짝이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 보소. 어찌 그리도 구슬피 우시는거요?"
부드럽고 점잖은 목소리에 은미 여사는 눈물로 범벅이된 눈을 들어 상대를 보았다.
중후한 인품이 느껴지는 장년의 남자가 그윽한 눈길로 은미 여사를 바라 보았다.
" 댁은 누구신겨?'
" 아, 실례했습니다. 저는 갱상도 땅에살았던 박 아무개라 합니다.
3년전에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두고 지구를 떠났지요."
" 그러세요.지는 요기온지 막 일년이 됐구만요. 근데 시방 살았던 곳을 내려다보니
양심두 없는 남편이 벌서 날 잊어버리구 애인을 붙혔구만요."
" 어허~~~ 그래서그리 슬피 우시요?'
" 네, 엄청 슬프구 배신감 느껴지누만요."
" 무어 그리 떠나온 전생에 연연해하십니까? 살아있는자는 살아야하는것 !.
그만 전생의 인연에 대한 애착을 끊고 이 좋은 천국에서 편히 사십시요."
"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난 이곳에 와서 얼마전에 좋은 인연을 만났습니다.그래서 재혼했지요.
혼자는 외로워서 살 수가 없더군요.지구의 아내는 나를 따라
이곳에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지만 난 그 때까지 화려한 싱글로
지낼 수가 없었지요. 아마... 전생의 아내도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나도 살아 생전엔 내 아내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었지요."
남자 영혼은 숙연한 얼굴로 말했다.
" 아녀, 난 절대루 그럴 수 없어욧! 난 남자가 아니구 여자니까요.
우리 영감이 죽어 여기루 올 때까지 기다릴거요.
영감탱이 오기만 해봐라. 나없다구 그새 못참아 한눈을 팔다니?
내가 삼십여년간을 고생, 고생함시로도 울 영감을 얼마나 믿고 사랑했는줄 아시요?
남정네들은 그걸 몰라요. 난 기다릴거요. 말리지 마시요."
은미 여사는 단호히 말하며 남자 영혼을 째려보았다.
" 댁은 나중에 전생의 아내가 여그 오면 우짤끼요?"
남자 영혼이 흐믈흐믈 웃음을 띄었다.
" 무얼 어쩌기는요? 그건 그 때 해결하면 되지요. 나 아직두 능력있거든요."
" 시방 점잖아 보이는 분이 능력 같은 소리하시누만요.
은미 여사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듯 고개를 돌렸다.
사시사철 봄날인 천국에도 봄빛이 아슴거리고...... 아슴거리고.....
고 김은미 여사의 첫번쩨 기일이 지난후 석달만에 은미 여사의 전생 남편은
입술 빨갛게 칠한 여자와 재혼을 했다.
사진관에가서 미용사 불러다가 신부 화장도하고 웨딩 드레스 빌려 입고
새 신랑 신부 폼잡고사진도 찍어 거실벽에 걸어 놓고
집 단장 새로하고 살림살이도 죄다 바꾸고........
그리하는양을 내려다 보면서 영혼 은미 여사는 내 못마땅해서 툴툴 거렸다.
" 이노무 영감탱이, 여그 오기만해봐라. 내 사생결단을 내고 말겨!"
은미 여사의 소원이 언제 이루어질지 그것은 아직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