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아는사람 없이 낯설고 물설은 군산으로 살림을 났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발을 디딘 군산은 왜 그리도 비린내가 나고 바람이 심한지
항구인심 억세고 무지 무섭다고 이사오기전에
수도 없이 들은 유언비어에 세뇌가 되어 밖에도 안나가고
예쁜 우리 두아들만 끼고 살았습니다
하루종일 사람 구경도 못하다가 퇴근한 남편을
보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습니다
피곤한 남편은 그냥 자기가 바쁘고 도로 연정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아직 사람도 사귀기 전이었지요
집에와야 말한마디 없는 사람에게 야속하여
무슨말이라도 하라고 옆에앉아 자꾸 말을 시켰습니다
가득이나 말없는 사람이그저 밥먹고 TV보면 그만입니다
나는 말하라고 꼬집어 대었습니다
무슨말을 하라는 거냐고 화를 내면 무슨말이든 하라고 했지요
그럼 더 말이 없는 남편입니다
두 개구쟁이키우기 바쁜 나는 남의집에 가서 말썽피우면
눈치 꾸러기 될까봐 될수있으면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조용히 살다보니 눈에 보이는 사람은
퇴근하여 입을 꾸맨채 자는 남편뿐입니다
연애할때는 그렇게도 자상하게 입술을 늘 귀에 걸고
따뜻한 눈으로 나를 대하던 남편이 결혼하자
마누라가 머리를 볶았는지 풀었는지도 보지도 않고 그냥 잠니다
그렇게 초창기엔 애를 삭히지 못하고 앙탈을 부리기도 하고
찌버까도 보고 꼬집어도 보면서 말좀하라고 ?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사노라니 참 기분이 더티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서 머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말하라고 다구치기보다 이제는 무슨 주제를 정해서 물어보자....
'자기 친구 개똥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거유?'하면
'알아서 뭐하게'하고 입자크를 닫지요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말로 물어보지요 얼마간 무시하던
그도 한마디씩 대답을 합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커가고 남자들만 집에
그득하니 내가 말을 안하면 집안은 적막강산입니다
연정에게 길들여져 가는 남편도세월이 가고 이제는 내 유도에
말을 슬슬 대꾸하는 남편을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나역시 말없는 남편에게 적응해갑니다
연정도 나이가 들고 여우가 되어가니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끼는 방법을 터득해 갑니다
평소에 말을 잘 하지 않는 남편이지만
대신에 TV를 보면서 우리는 손을 잡기도하고
다리를 비고 눕기도 하고 어깨동무도하고 어깨도
주무르면서 말없는 사랑을 주고 받습니다
집에 오면 신문만 보고 TV만 보는 남편이 미웁다고
하는 어느 주부의 글을 읽노라니 같이 옆에서
보면서 의견도 나누고 화면에 공감도 하면서 팔도
주물러보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