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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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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사 갈꺼야


BY sj64 2001-05-11

우리 언닌 나무랄데 없는 사람이다.
노래면 노래ㅡㅡ노래방 교과서 완전정복,
요리면 요리ㅡㅡ남편 요리까지
기타 등등, 그런데 단 한가지...
앓고 있는 병 한가지만은 어쩌지 못하고 산다.
일명 강남족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친정,시집 식구들 중 그누구도 손을 쓰지 못한체 망연자실한지 수년이 흘렀다.
그 동네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 인자를
가진 아이들만이 다닌다는 팔자 좋은 팔학군에서 딸을 졸업시킨 것이다. 그런데 그날이 오기까지 언닌 반지하 방에서도 늠늠하게 척추에 힘팍팍 넣고 살아왔던 것이다.국악과에 다니면서 가야금을 튕기는 딸, 딸의 가야금소리는 흡사 반쯤 열어젖힌 무덤 속에서 흘러나오는 한 맺힌 악공의 딸이 뒤늦은 후회로 아비의 뜻을 헤아리며 튕기는 어딘가 축축한 무엇이 느껴지는 소리였지만 기쁘기 그지없었다.
드디어 대학 졸업을 앞둔 얼마전 합동연주이긴하나 테레비에 딸이 출연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친정, 시집 모든이에게
하루 왼종일 뗄레퐁을 붙들고 앉아 방송국 대신 예고편을 날렸다.
그그런데 예고편대로 방송국은 성실하게 방송을 내보냈으나 딸의 얼굴은 커녕 고작 보이는게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않는 기럭기럭 기러기발 가까이 덜덜 떨고 있는 왼손가락만 잠시잠시 보일뿐, 앞사람이 고개들면 저도 들어 안보이고 앞사람이 엎어져 떨면 저도 엎어져 떨어야하기 때문에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언닌 그때 첨으로 성남에 있는 오십평짜리 아파트를 떠올렸다나 어쨌다나,아마도 그때 잠시 언니에게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의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안면몰수 팔미리 두께정도의 철판을 깔고 씩씩한 강남족의 강남 생활은 변함없이 지속되던 중,
대한민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명의를 만나 (물론 물 건너 온 수입의사는 더더욱 아님) 단 한방에 강남족 바이러스를 격퇴시킬 순간을 맞았으니...
열살 아래 친정 막내 동생의 첫아이, 그러니까 둘도 없이 귀여운 세살배기 조카녀석을 앞세우고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는데 ...
어디나 그렇듯이 번듯한 현관문 대신 서너개 계단 아래 문이 달리고 빗금친 창살이 어딘가 꼭 한군데 쯤 보이는 누구네의 반지하 집을 발견하더니 조카 진우란 녀석,

"이-이모지입, 이모지비다" 하고 들어가려고 몸부림 쳐?榮?

"나,이사 갈꺼야, 나, 이사 갈꺼야"

절규하며 질러대던 응답의 목소리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그 놀라운 치유의 현장
성령이 충만한 이 놀라운 치유의 목격.
우리 식군 그 이후로 강남족을 위한 난치, 불치 대 부흥회 간증인으로 한창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잘살아배아플때,잘사는척눈꼴사나울때-우린 배꼽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