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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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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


BY 들바람꽃 2001-05-03

12가 넘었는데 아직 신랑은 안 들어왔습니다.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그것도 실증이 나고 컴 앞에 앉았다 아에 이방에 빌붙어볼까 합니다.

참기름. 들기름 안가리고 몇 말을 짜야하는 신혼에 허구한날 티비와 컴과 놀고 있는 이 팔자... 참으로 가련하고 불쌍합니다. 자기도 할일이 있고 먹성 좋은 마누라 먹여살려보자 야심한 밤에도 동분서주 하는걸 뭐라 하겠습니까? 왜 나랑 안놀아주냐고 했다간 또다시 쏟아지는 푸념을 감당치 못할테고 아예 포기합니다.

비디오를 줄창 두개나 봤습니다. 자카르타와 뭐시냐 제목도 생각이 안나는 재미 드럽게 없는 비디오를 보고. 다이어트 한다고 온종일 참다가 9시가 넘어서 라면에 계란 풀고 햄도 송송 썰어서 먹어치우고. 냉장고 뒤져 아이스크림 한개도 단숨에 해치우고는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훌라후프 몇번 휘휘 돌렸는데도 시계는 몇발짝 움직이고 그 자리더라구요. 아이고.... 지겨워라. 아이고 심심해라.

내 이럴줄 알았으면 결혼안하고 혼자살걸 그랬습니다. 맨날 집지키는 X개 신세가 될줄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내 위해주는 척 울 신랑 이럽니다. "자기가... 힘들게 일하는거 싫어.. 그냥 집에서 하고 싶은거 하면서 지내라" 말이 좋아서 집에서 하고 싶은거 하는거지 돈도 못벌면서 큰소리만 냅다 칩니다. 어릴때 시엄니가 직장생활을 하신탓으로 자기가 외롭게 자랐다나 뭐랬다나 암튼... 그런 이유로 절 이렇게 집에 묶어 버렸습니다. 전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하긴 시집 안가고 직장생활을 하는 제 친구나 아기보면 씨름하는 친구들은 제게 그럽디다. "야... 팔자 편한 소리하고 있다고" 제가 팔자 편한건가요? 그래서 분에 넘쳐 요강에 겨워 이러는건가요? 모르겠네요. 어찌보면 제팔자가 오뉴월 개팔자인지도 모르겠고.... 왜냐고요??? 그건 차차 말씀드리죠. 초인종이 울립니다. 싸랑하는 서방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와도 되겠죠? 편안하들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