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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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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일기


BY 프리즘 2001-03-29

내평생 처음 다이어트라는걸 해보기로 작정하고 사이트를 뒤졌다.

급한 성격과 없는 인내심에 가장 적절한 다여트는 사과다여트'란

진단을 받은지 어언~ 한달째.

진단받고 하루이틀 보내면서 온갖 핑계와 변명꺼리를 끌어붙이며

'오늘만' 노래를 하다가 이젠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코너에 몰려

꼼짝못하게 됐다.

웬쑤같은 인간이 친히 사과를 사들고 오기에 이르른 것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알듯말듯한 미소를 띠고서 인자한 부처님의

표정으로 트렁크를 열어준다.

언넘은 똑같은 상자를 받고 입을 귀에다 걸었다더만, 난 그노무

사과상자가 너무 징글맞다.

거금 만이천원짜리 사과상자를 받아 낑낑대고 6층을 걸어올라가

숨몰아쉬며 다짐했다.




"씨바! 5키로 이상 안빠지믄 이제 영원히 빠빠이야"





애처롭다는듯이 쳐다보던 웬쑤가 먼산을 보며 말했다.

"너무 높은 나무를 쳐다보면 모가지 부러져...3키로...."





미루고 미루던 이유중 하나가, 난 과일을 싫어한다는거였다.

그중에도 사과를 먹으면 유난히 소화가 잘되는 바람에 배터지게

먹어대곤 사과반쪽이면 방귀뽕~인 인간이 나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3일동안 내리...줄창...

무조건.... '씨팍사과'만 먹어야된다.

허나, 이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시작했다.

오늘부터.




눈을 뜨니 오후 2시다.

음...사과먹은것 보단 아침 굶은게 더 효과있을거라 위로했다.

4시쯤 배가 출출해졌다.

동생이 눈앞에 크림치즈와 머핀빵을 펼쳐놓고 꼬신다.

내 생전 이것들이 이토록 짱나게 섹쉬한지 몰랐다.

아침도 안먹었는데 이정도야하며 두개를 먹어버렸다.

약간의 후회감이 밀려들었지만 안그랬던척 스스로 세뇌하며 컴을켰다.

바탕화면에 깔린 바로가기아이콘들이 오늘따라 음식같이 생겼다.

제일 먹음직스러보이는 (-_-) 알집을 클릭한다.

십자수도안들로 꽉차있다.

그중에서도 왜 하필 깁밥과 초밥, 도너츠 도안이 눈에 띄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엊그제 사놓은 초콜렛이 등뒤에 있다.

한알먹는다고 그리 표날거 같진 않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낼름 집어먹곤 입닦았다.



배고프니까 윷놀이도 고도리도 재미없다.

참! 물이랑 블랙커피는 괜찮다고 했다.

커피를 찾아보니 일회용 믹스커피밖에 없다.

아...갈등때린다...

그나마 연하게 마시려고 사발에다 물을 이빠이 부어마신다.

좀 살것같다.

글고보니 정작 사과는 아직 한개도 안먹었다.

냉장고를 열고 사과를 한알 꺼냈다.

칼이 없다. -_-

칼찾다가 발견한 비스켓한개.....먹어치웠다.

드디어 칼을 찾았다.

사과를 깎다보니 마요네즈에 찍어먹고 싶어진다.

안되지 안돼!!! 인간적으로 그건 참았다.

사과씹어돌리는 내내 마요네즈가 들어있는 냉장고를 째려봤다.

째리다 생각하니 그안에 들어있는 음식들이 썩을거같다.

졸라 아깝다.

먹진 않겠지만 뭐뭐있는지 확인이나 하려고 문을 열었다.




와~ 코로나맥주다.

흡! 김치가 있다.

윽! 햄이 있다.

억! 참치통조림이다.

웩! 씨팍사과다.



맥주하나따고, 김치한접시 올리고, 햄한조각에, 참치통조림을....



젠장........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