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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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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특집-김태연 쇼를 보고....


BY 1song2 2001-01-26


지나치게 강조된 눈과 입술.

웨이브로 부풀린 머리 모양의 [김태연]이라는 이름의 낯선 여자가

설날 연휴 마지막날 낮에 공중파를 타고 우리의 곁에 왔다.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해서 얼마나 성공했는지,

왜 설날 연휴 마지막날, 그녀가 방송 출연을 하게 되었는지,

처음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

방송국의 제작 취지가 무엇인지 프로그램이 끝이 나자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해가 새로 바뀌어도 정치나 경제가 불투명하니,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리라.

결론은 "Can do!"였다.

그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나서,

이 나라의 여자로서, 주부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입맛이 씁쓸했다.

누군들 성공하고 싶지 않으랴?

대학을 졸업하고 겨우 자기의 일을 찾은 여성이

재능의 나래를 한껏 펼치며

성공을 향해 맘껏 날고 있을 즈음,

결혼 적령기라는 것을 맞이하게 된다.

여자가 나이가 차도록 결혼을 않고 있으면,

"어디가 비정상인가?"

색안경끼고 보는 선입견과 고정관념,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다,

미혼 여성의 부모는 자식 출가시키는데 목숨을 건다.

자식의 끈을 엮어줘야 부모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그래야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무조건 결혼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

나이가 많은 미혼들, 남자들 보다는

특히 여자들을 no처녀, 혹은 老처녀 하면서 깍아내린다.

또 당사자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이상 실현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다가

심지가 굳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밀고 나가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결혼의 길을 택하고 만다.

결혼과 동시에 출산과 육아, 가사라는 짐을 떠안게 되면서,

모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그 쪽으로 분산되는 것이다.

직장과 가사를 겸하는 맞벌이인 경우,

늘 정신적, 육체적 과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고...


그녀의 나이는 56세이고, 아직 미혼이다.

6명의 미국아이를 입양해서 키웠고, 사업도 성공한 캐리어다.

그녀가 만약 미국땅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그만큼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성공한 것은,

순전히 여성이 우대받는 미국이라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나이까지 미혼이었다면,

그녀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미혼 여성들이

결혼 후, 빛을 발하는 경우는 극소수이고,

거의가 잡다한 가사와 육아노동의 반복으로

나중에는 결국 자신의 길을 접고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부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