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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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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장난 하지 맙시다....


BY 꼬마주부 2000-12-09

리베라메. 를 보았어요.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우리를 구원하소서"인가? 암튼...저는 왠지 한국영화에 꼬부랑 제목을 사용하면 어색해 보이기가 짝이 없어 보이더라구요.
괜히 꼬부랑 글씨로 멋내려하는 일제말기 신파 작가들 같아 보이기두 하구....한국 영화엔 한글이 제 격 아닌가요?
하여간 최민수 나오는 영화는 겉 멋에 죽고 산다니까요.
몇 년 전, 인샬라...인가? 그것도 얼마나 배알이 꼴리던지...거부감 들어서 안 봤거든요. 흥행참패했다길래 그나마 안 본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요. "주유소 습격사건" "은행나무 침대" "동감" 등등등등...좋은 한글제목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데, "리베라메" 라니...갑자기 말 장난이 생각 나네요. "야, 그거 니 배라메?".....죄송.....

....그런데, 영화는 정말 감동이었어요.
아, 물론 최민수의 그 폼 잡는 연기가 땅을 치게 했지만 고것을 뺀 대부분은 넘 넘 넘 재미있었어요.
아동학대와 더불어 화재의 위험까지....
어설프기로 정평이 난 차승원의 연기변신도 우와, 정말 훌륭했어요.
표정만으로도 선과 악을 보여주었죠...마치,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을 보는 듯 했어요.(이거 안 보신분 계시면 꼭 보세요. 가까운 비디오가게에 있답니다.)

역쉬, 어릴 적 안 좋은 기억은 커서도 사람을 망쳐요.
저도 어릴 적에 엄마한테 무쟈게 맞고 자랐는데 그 당시에 맞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엄마가 밉던지....쪼끔만 더 맞았으면...저도 두 얼굴을 갖게 ?瑛뺐??
그러니, 그렇게 맞았던 차승원이 가슴에 한을 품고 살면서 삐딱하게 한 풀이를 하는 것이 당연하죠. 얼마나 한이 되었겠어요?
그런데, 차승원은 죽을 때까지 맞더군요.
누구한테? 당근빠따, 누가 때리겠어요?
쌍둥이 아빠 박상면이 때리겠어요, 소심한 유지태가 때리겠어요, 귀염둥이 정준이 때리겠어요?
때릴 사람은 단 한명, 우리의 영~원한 터프가이, 최! 민! 수!
불이 크게 나서 다들 대피하느라고 아수라장 되고 여럿 소방관이 죽을 똥 말 똥 하는데도 우리의 최민수는 옥상에 올라가서 김규리 구하느라고 죽을 힘을 다 해 싸워요. 고만 때려도 될 것 같은데 계속 때리고 또 때리고 때린데 또 때리고 올라 타서 때리고...참 내....그러면서 차승원한테 정통으로 맞고 초죽음에 이르러도 절대로 죽지 않고 어디서 그런 기운이 솟아나는지...소방관이 아니라 차라리 슈퍼맨이 될 것을 그랬어요.
후반부에서는 둘이 치고 박느라고 "액션 리베라메"가 되었지요.
신랑은 신나서 보는데 저는 계속 "또 싸워?" 하면서 궁시렁,궁시렁.

....저는 박상면이 젤루 좋았어요. 다른 분들도 그렇다고 하시고요.
박상면은 우리 나라 소방관 아저씨를 대변하는 것 같았어요.
정말, 그러잖아요. 비싼 데서 날 잡고 외식하려고 하다가 괜히 애들 좋아하는 탕슉 먹으러 가자구 하구, 모처럼 아이들이랑 놀아 주다가 사건 터지면 그 놈의 사명감이 뭔지, 당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고...박상면이 아이들에게 "우리 쌍둥이에게 미안해서 어쩌지? 그런데, 애들아, 아빠는 소방관이거든." 그러면서 달려나갈 때는 이미 눈물이 콧물을 타고 흐르고 있었어요. 복바쳐 오르는 눈물을 참느라고 엄한 입술만 깨물었다니까요.

......저는 이 영화를 아이들과 보면 더욱 좋을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불이 나면 무섭고 다친 다는 것을 알긴 알지만, 그건 말로만 아는거잖아요. 극장에서 불 나는 장면도 보고 소방관 아저씨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 지도 보고 매 맞고 자란 아저씨가 왜 커서 애들 때리는 아빠들을 불 태워 죽이려고 했는지도 보고, 그렇지만 그게 왜 잘못된 행동인지도 보고.....다 본 후에 부모님이랑 이렇쿵 저렇쿵 얘기도 하고............................

정말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좋은 영화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한글로 된 제목이면 더욱!!

ps. 정말, 국민들은 이렇게 목숨을 내놓구 자기 일에 열심인데 도대체 정치인들은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만약 온 나라가 불 구덩이에 휩쌓이면 정치인들은 "애들아 미안해서 어쩌지? 그런데 아빠는 나라 일을 하는 정치인이거든." 하면서 뛰어 올까요?
"불 끄는 건 소방 아저씨들 시키고, 나라 지키는 건 군인아저씨들 시키고, 도둑 잡는 건 경찰 아저씨들이 하면 된단다. 아빠는 앉아 있기만 하면돼."라고 하면서 열나 비싼 음식점에서 1인당 십만원 하는 음식이나 씹고 있을 것은 아닌지....우와, 갑자기 열 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