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오랫만의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위에 반으로 갈라놓은 배추를 보았다.
"어머나! 배추속이 노오란게 너무 이쁘다."
평소같으면 배추가 속이 꽉찼다든가 맛있게 생겼다고 했을텐데
어제는 어쩐일인지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 들고 단지 예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배추속이 누렇지도,노란색이 조금 바랜듯 한 색도 아닌
노오란색 그래 노오란 마치 봄에 피는 개나리꽃같은 그런 색이었다.
몇포기를 사 들고 끙끙대며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 입지 않은채
배추를 다듬었다.
"어머! 이 것좀봐라.너무 이쁘다. 그치?"
옆에 앉아있던 아이들에게 연신 물어대자
"엄마, 그게 그렇게 예뻐요?" 하며 웃는다.
글쩨--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듯 싶은 작은일이 마음에 와 닿을때가 있다.
어느 날 문득 창 밖으로 보이는 노란빛 고운 은행나무를 보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예전에 퍽이나 좋아하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올때-
학교가는 아이들 뒷 모습을 보다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볼때-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여보, 배추속이 노오란게 너무 예뻐서 샀는데 당신 한번 볼래요?"
"그래? 어디 보자. 그 억수로 마싣게 생긷다. 저녁에 쌈 싸묵자."
<오호! 애재라. 동상이몽이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