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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야간개장


BY 그린플라워 2024-05-10

어버이날을 맞이한 이벤트로 여동생들이 엄마를 모시고 경복궁 야간개장에 가자고 했다.
요즘 낮잠도 두어시간씩 자야하고 피곤한 일은 못하고 사는데 안가면 안되냐니까 꼭 가야한다고 했다.


세째동생 두 딸은 경복궁에서 만나기로 하고 과천에서 엄마 모시고 세딸이 다른 지역에 사는 막내여동생과 광화문 평안도 만둣집에서 만났다.


입장 티켓 한장이 부족하여 만 65세를 두달 앞둔 둘째는 나더러 입장하기 위한 개량 한복을 가져오라고 했다.
겨울 누비 개량한복과 깨끼한복 두벌을 챙겨 갔더니 밤에 다녀야 하므로 누비한복을 챙겨서 광화문으로 갔다.
엄마의 새로 산 경량 휴대용 휠체어는 오랫동안 보관만 했던 터라 바퀴에 바람이 빠져있는 상태인데 그냥 가지고 출발했다.


구순이신 엄마는 갈수록 살이 찌셔서 이제 나보다 3킬로가 더 나가신다.
체중 때문에 훨체어 밀기가 더 힘들었다.
바지도 멋부리시느라 허리가 조이는 걸 입으셔서 가는 도중에 어지럽다고 하시더니 저녁식사로 먹는 만두전골도 야채와 뜨거운 국물만 조금 드셨다.


경복궁 주차장에 가니 승용차는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란다.
지하에 차를 세우고 지상으로 올라오려니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안내문을 보니 휠체어나 유모차는 지상에 내리고 주차만 하라고 되어있었다.
하는수없이 다시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주차를 다시 했다.


내가  "엄마 힘드시게 왜 이런 일로 모시고 다니냐니까  동생들이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 또 할 거란다."
저녁이라 날씨가 쌀쌀하여 동생의 누비한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나는 코트 속에 준비해간 얇은 패딩조끼를 입고 다녔다.
근정전을 둘러보고 조명이 멋지게 켜진 경회루도 보고 나오는데 화장실에 가려니 줄이 많이 길었다.
요령꾼 동생이 나더러 따라오라면서 장애인 화장실로 엄마를 모시고 같이 들어가 해결했다.


안가시겠다고 버티던 엄마는 막상 다니니까 즐거우신지 동요도 부르셨다.
젊었을 때의 엄마 성격으로는 자식들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그렇게 다니실 분이 아닌데 이제 어린아이처럼 바뀌고 있다.


오늘 엄마는 서울대병원 정기검진으로 두 여동생은 새벽부터 엄마 모시고 하루종일 병원에 있을 예정이다.


나는 더 나이들어도 자식들 신세 안 지고싶은데 엄마를 보니 장담은 못하겠다.


엄마는 시골에 사는 103세 되시는 분 아들이 "우리 엄마는 왜 안죽는지 모르겠다."고 했다시면서 깔깔 웃으셨다.


우리 엄마도 오래 사시면 우리들이 그렇게 말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