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Dec. 2000
마누라일기
밥먹고 TV 본다고 앉아있는 남편을 휠끗 보니...
좀 부드럽게 앉아있슴 좋을껀데
언제나처럼 입은 한일자로 꾹 다물고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날것 같은 폼으로 앉아 있다.
오며 가며 쳐다 보아도 눈길도 안준다.
(함 쳐다 봐주면 어디가 덧나나?)
쪼매 심통도 나고 장난기가 동해서
옆에 털썩 주저 앉았드니
"먼지 난다. 좀 조용히 못 앉나?"
애구 말투도 재미 없어라.
이런 남자하고 사는 이도희는 내가 봐도 정말 존경시럽다.
"우째 앉든 내 맘이지"
대꾸를 하는데도 들은척도 안하고 눈길은 다시 TV 로...
저넘의 재미도 없는 바둑 본다고 마누라는 완전 2순위다.
하긴 요새 개를 안키우니 그나마 내가 2순위지
개를 키운담 꼼작없이 난 3순위로 밀려난다.
본인은 아니라고 글카겠지만 개하고 나를 볼때의 눈초리가
벌써 틀리는거 내 알지.
한참을 앉아 있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우이씨~
난 뭐 여자도 아니가? 좀 건드려보도 안하네.
가슴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기분나쁜 씩씩거림....
(내가 처녀었담 니가 지금 그러고 있겠냐? 잡아묵을라고
눈이 벌겋겠지)
물론 요소리는 속으로만 글카는소리지 뭐.
장난기 동한 손가락이 다시 남편쪽으로...
"아이구 우리 똘똘이 잘있나 함보자"
어디게요? 히히...
"야! 이 손 안치워?"
"몬치운다. 왜?"
그리고는 키들키들 웃었드니 내를 옆으로 확
떠밀어 버린다.
"넌 인간이 도데체 왜 그러냐? 한번만 더 그래봐라"
아이구 그래. 니잘낫다. 니 孔子다.
장난도 몬쳐? 치치...
더러버서 내 나가준다.
니가 깜감하믄 글카겠나?
성인군자 났네.
사실 난 부부 둘이 있슴 장난도 치고싶고
야설도 하고 못할말 없이 놀고 싶은데
도데체 이 남자는 안받아준다.
안받아주는거 좋다 이거야.
안받아줄라믄 끝까지 받아 주지 말어야지
왜 깜감한 밤에는 받아주노 말이다.
지가 뭔 성인군자라고....
이히히. 내가 시방 이기 뭔 소리여?
이구 토껴야지..후닥닥~
---------------------------------------------------
남편일기
6 Dec. 2000
이넘의 마누라는 갈수록 태산이다.
나이 들어서 주책만 느는지
옆에만 앉았다하면 장난이다.
귀찮아서 암 소리 안하고 있었드니
지가 좋아서 그러는줄 알고 점점 강도를 높인다.
머리 나쁜 여자는 이래서 표가 난단 말이야.
엊저녁에도 뭐라뭐라 그러드니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데 땅 꺼지는줄 알았다.
그것까진 좋아
손을 가지고 은밀한 부위를 쿡쿡 찔르는데
아파서 졸도 할뻔했다.
아무래도 이 마누라 맛이 약간 간거 아닐까?
그런데 성질은 냈지만 기분이 별로 나쁘진 않다. 흐흐흐.
이왕 내가 구제해준 여자 끝까지 구제해줘야지.어쩌겠나.
예수는 인류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켰지만
난 그럼 이도희를 위해서 못 박키는건가?
피에수: 근데 이거 여기 시리즈로 올려도되는감요?
괜히 미운털 박킬라 겁나구먼요. 하하.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