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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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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나빠요


BY 비비 2014-11-30

남편과 일을 시작한지 일년즈음 지난뒤 쓴 일기다.

당시 모 방송 개그프로에 불법체류자 블랑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의 애환에 급 공감하여 패러디했던 기억이 난다.

   

나 남편 따라 사무실 출근하지 일년 넘었어요.

남편 처음엔 나한테 동업자라 했어요.

그런데 동업자 대우 한번도 안했어요.

매일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심부름만 시켰어요.

남편 나한테 거짓말 했어요.

동업자 나빠요.

 

월급 준다고 했어요.

돈받을 생각에 기분 좋았어요.

애들 맛있는것 사주고 책도 사보고 적금도 붓고

부모님 용돈 드릴 생각에 열심히 일했어요.

딱, 두 번 받았어요.

세달째 되니 남편 사업 어렵다고 월급 미뤘어요.

경기 어려우니 좀 참으라 했어요.

동업자끼리는 상부상조해야 한다 했어요.

나 월급 못받은지 일년 됐어요.

뭡니까 이게? 경기 나빠요.

 

그것까지 괜찮아요.

남편 집에오면 손하나 까딱 안해요.

내가 힘들다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 했어요.

지저분하다 했더니 파출부 부르랬어요.

집에서는 나랑 동업하자 하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래요.

나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혼자 다 했어요.

나 몸살 났어요. 남편 나빠요.

   

그것까지도 참을만 했어요.

술도 한잔 하자 했어요.

동업자끼리는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거라면서.

나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 지키며 술 따랐어요.

남편 소주 한병 마실동안 캔 사이다 마셨어요.

술 못먹는 재미없는 동업자 싫다 했어요.

나 죽기살기로 술 배웠어요.

남편 술 먹고 고생하는 마누라 위로해준다 했어요.

피곤하니 위로 안해줘도 된다 했어요.

마누라 위할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했어요.

나 화났어요.

동업자, 아니 남편에게 한마디 했어요.“

   

!! 내가 불법 체류자냐?”

   

애환이란 울수도 웃울수도 없는 심정을 담아낸 우리들의 삶이다. 산다는건 그런 애환들이 가슴에 파묻힐때마다 느끼는 진한 설움같은거란 생각이 든다. 남편과 함께 일하는 아내들의 슬픔을 그들은 얼마큼 헤아릴까. 남편이 모를리 없고, 가까운 가족이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성장에 보람을 느끼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이제는 남편의 구박에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 내공이 쌓였지만 이따금씩 던지는 한마디가 그와 함께한 세월만큼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