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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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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가 없다


BY 비비 2014-11-27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은 반쯤 혼나간 얼굴을 하고 음식을 먹을때다.

물론 내가 해준 음식일 경우에 해당.그 순간만큼은 순하디순한 양이된다. 엄마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아이처럼 고정된 그의 시선이 내 동선을 쫒을때면 그토록 그가 사랑스러울수가 없다.

남편에게 휘둘리고 살지 않는 여자는 절대로 그맛을 모른다.

물론 남편이 처음부터 그랬을리가 없다. 오래전 아내 역할만 할때 집은 내구역으로 안과 밖의 구분이 명확했다. 살림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수 있을거란 기량을 품고도 남았다. 십년전 어느날 멋 모르고 남편의 기울어져 가는 선박에 몸을 싣고 나서야 그 항해가 얼마나 험난하고 위험한지 알게되었다.

남들은 묻는다.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는데 뭐가 힘드세요?"



흐트러진채 휴식을 취할하는 모습,가장으로서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오죽하면 그 모습이 가장 맘에 들까.

늘 긴장속에 있다가 풀어진 모습을 보면 그제야 옆에 있는 사람도 숨통이 트이고 편해진다는 뜻이다.사업이란 시시때때 반복되는 과중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감정기복에 시달리기 때문에 아내들은 고달프다. 회사의 어려움과 매순간 닥치는 위기에 잠못드는 남편이 조심스러워 집에서도 편치 못한다는것을. 집안 문제는 알아서 단속해야하고 남편의 어려움은 함께 고민해야함은 물론이고 방관해서도 안된다. 기꺼이 역할분담을 해주어야 하는게 아내의 임무다. “세상엔 거저 없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설령 부부사이 일지라도.

 

남편과 일을 시작한 후 매일 지적을 받았다.

누구도 없는 둘만의 공간에서 나는 쏟아지는 총탄을 받아내는 타겟이 되었다.

나를 길들위기 위함이였는지 내가 형편없는 사회초년병이였는지를 따질 겨를도 없었다.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했지만 언제나 그와 나 뿐이었고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철없는 아내라는 명함은 어디에서도 통할리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부당한 대우조차 부당함인줄 몰랐다.

남편과 일하는게 어떤 의미일까.

함께여서 덜 힘들고 그대여서 고맙다? 일주일만 일한다면 그말도 맞다.

일년정도 지나면 함께 일하는 부부들 이구동성으로 개똥같은 소리라고 외칠거다.

그정도 시간이면 서로 못볼꼴 더러운꼴 다 보았을테니.

 

날마다 살얼음판에 산너머 산, 가도가도 끝없는 거친 들판, 그래도 남편과 함께라면 해낼 수 있었다 .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건 바로 남편이었다.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 옆에서 나는 당연히 그래야만하는, 그래서 내 의지나 권리마저 무시당한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