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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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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1


BY 인이 2013-10-07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며 나를 부른다. -빨리와~ -

새벽 3시..

- 미안해 못가 조금만 기다려 토요일 되면 가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줘, 자동차 기름값이 없어서 못가.. -

- 가게에 가서 빌려서라도 와 .. 오면 내가  빌린돈 줄께 응?-

이미 단골집 가게는 문이 닫혀 있는데.. 그는 시간의 관념이 없어졌나보다  어떻게 빌려서 오라고 부르는 건지..

- 여보 빨리와 ~응? -

가슴이 미어 터질 듯  너무나 아프다..

그의 힘없이 말하는 말투에서 처절함이 느껴진다..

왜일까.. 그의 가슴도  미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끝내 가겠다는 대답을 하지 못한채 소리없이 숨 죽여 흐느끼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새벽 6시

- 지금 위급한 상황입니다. 빨리오셔야겠습니다. 최대한 빨리오십시오!-

이제 ..이제는.. 그가 떠나나보다 그가..

머리속이 아늑해져온다..

평소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닥치고보니 내 눈앞에 있는 사물들은 모두 공중에 떠 있고

내 손에 잡히는 것의 모든 물건들은 솜 뭉치 같았고 내 걷는 걸음은 땅을 딛는 것이 아닌, 구름 위를 둥둥 떠다는 것

같았다. 차마, 곤히 잠든 아이들을 깨우지 못한채 편지만 덩그라니 남겨 놓은채 나는 부랴부랴 자동차 키를 찾아 시동을 걸었다.

 

하얗게 쏟아져 내린 눈 길을 정신없이 달렸다.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어도  마치 카레이서라도 된냥 곡예를 하며 달렸다.

마곡쯤 다달아 갈 때였다

갑자기 자동차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자동차 안에 온통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진동을 한다.

더 이상 차를 몰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비상구역 도로에 차를 이동해 놓고 시동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의 상황설명에  일단은 진정을 하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라면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견인차를 요청

카센터로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이상한 일이다.

자동차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점. 자동차 내부에서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 점.

원인을 알 수가 없다한다. 그리고 자동차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한다.

1급 정비카센터이니  몰라도 너~무 모르지는 않을텐데  정말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단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병원

다시 자동차 본네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려고한다.

얼른 시동을 끄고 물그러미 바라보았다.  - 참. 이상도하다..-

 

침대에 누워 있던 그가 퀭해진 눈 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얼른 그의 손을 잡으며 -미안해,,- 단지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도 - 미안해..-   나와 똑 같이 미안하다는 말만 던져 놓고  눈물을 흘린다.

병원 천정을 고개들어 바라보았다. 솟구쳐 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춰보려고  울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두 눈을 꼭 감았다.

한 참을 그러고 있다가 창 밖을 내다보니 창문 가득 하얀 눈꽃송이들이 달려와 부딪힌다.

나무도 하얀모자 건물의 지붕도 하얀모자. 길 가도 하얀모자. 모두모두가 하얀 모자를 썼다.

 

그런데

그와 나의 눈에서는 비가 내린다. 가슴에서도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무엇이라 형언할 수 없는 뜨거움에 두 눈동자가 빠질 것 같았고 가슴은 날카로운 비수에 갈갈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에 숨을 멈추고 싶었다.

 

앙상히 말라버린 그의 손, 촛점없는 휑한 눈 빛 ..눈 빛이 서서히 빛을 내린다. 아주 서서히..

그의 눈 빛 속에 있던 내 모습이 자꾸 작아져간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