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갑자기 무턱대고 내곁에 와 버렸다.
준비가 되지않았으니 긴 팔을 찾는데도 허둥댄다.
남편과 길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난 왜 단지 앞에서 좌회전이 안 되는지에 묻고
남편은 설명을 했지만 공간지각이 떨어진 와이프는 다시 묻는다.
두 번 물음에 옥타브가 높아진 남편에게
소리만 높이지 말고 차근히 설명하라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낸다.
남자도 여자도 화가나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의 탓을 한다.
이럴 땐 묵었던 감정까지 폭팔하니 서로에게 좋은 말이
오가기는 힘들다.
너무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다는 생각에
여자는 화가 나서 주차장에서 내리자 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걷는다.
내가 왜 저런 남자와 결혼을 했을까?
저렇게 성격이 불같은 남자라는 것을 연애시절엔 몰랐나?
그때는 성실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좋아했겠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남동생도 베프도 말리면서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라고 했지만 눈에 콩깍지가 끼였으니 그런 소리가
어찌 들리겠는가 ...
혼자서 새로운 동네 탐방을 하면서 눈에 여기저기를 담고,
언제부터 미용실에 가야 했음에도 못간 걸 오늘에야 실천을 했다.
긴머리를 보브스타일 단발로 싹뚝 잘랐다.
속이 시원했다.
거칠어진 머리결이 떨어져 나가고 매끄러운 머리결에 만족했다.
떨어진 머리만큼 또 세월이 흘러야 긴머리의 줌마가 되겠지만.
원장님이 염색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이야기가 돌려서
본인의 친정엄마가 이혼하고 새로운 남편하고 알콩달콩 잘 사는 모습이 보기가 참좋다는 말에 괜시리 귀가 쫑긋한 이유는 뭐지?
집에 돌아오니 딸이 휴일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유독 가늘고 긴 손을 가진 딸의 손이 예뻐보여서 나도 네일아트좀 해달라고 하니까 은쾌히 자리를 고쳐 앉는다.
딸에게 아빠의 행동을 낱낱이 고자질을 하니 속이 시원한데
딸의 말은 엄마 아빠는 아무일도 아닌걸로 싸운다며 웃는다.
머리도 자르고 네일아트도 하니 기분이 산뜻한데
마음 한구석엔 내가 남편에게 너무 대들었다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너무 참으면 화병이 생겨서 안되니 이젠 나도
할말을 하면서 살아가리라
그런데 그렇게 많이 참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