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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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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조롱 행복


BY 김효숙 2012-10-30

가을햇살은 잠자고 있는 나를 깨워

햇빛 가득한 베란다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한발자욱 되는 넓이와 오미터 되는 길이가 되는 베란다는

아침마다 젤수 없는 햇빛 세례로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얼마전 이사 온 나의 작은 집

사는 동안은 나의 집이려니 마음이 놓이고

사는 동안은 그곳에 들어오는 햇볕도 내 복이려니

그래서 아침이면 행복하고

비가 오면 빗소리 가까이서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유리창 밖에는 사랑하는 친구가 꽃을 좋아하는 내게

더 큰 행복 만들어 준다고

송판을 사다가 더 이쁜 화원을 만들어 주고 갔는데

여름 내내 그곳에 푸른 초원을 만들어 주고

난 대부도 사는 친구에게 얻어 온 채송화 모종으로

쬐꼬만 화분마다 옮겨 심었더니

여름 내내 노랑꽃 분홍꽃 빨간 꽃으로

피워내며 창문을 여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이쁜 얼굴을 하고

내 얼굴에 해바라가 미소를 던져주는 채송화는

사랑하는 친구가 전해 준  행복 마음이겠지

 

햇볕이 머무르는 순간이면

얼굴에 검버섯이 피던지 죽은 깨가 피던지

나와는 상관이 없는것은

맨날 창문도 햇볕도 바람도 없는 일터에서 일하는 나에게 주는

지상의 가장 큰 행복...........햇볕이기 때문이다.

 

 

베란다에 머무르면 얼굴에 온통 미소로 번진다.

 

봄 부터 가을이 오기까지  마른 나물 말려가며

조롱조롱 매단 나물들이 갖가지 작은 이름으로 노래를 한다.

 

에어컨 줄에 매달려요리조리 빼끔빼끔

얼굴 안 보일까봐  매달려 까꿍까꿍

 

가을 운동회 달기에서 헉헉 거리고 일등한 꼬마 어린아이처럼

있는 힘 다하여 매달려 있는 나물들이 어찌나 이쁜지

 

강원도 고성에서 달려온 취나물이며

손님이 갖다 준 호박나물

표고버섯 무무말랭이 고춧잎

대부도 갯벌에서 뜯어 온 함초며 나문재 나물

보라색 가지나물

 

하나 둘 셋 넷 빨간 자루 파란 자루에 담겨져 웃고 있다

이유없이 한주먹 말라가는 빨간 고추는 조금이라도 좋다고

예쁜색으로 말라간다

정월 나박김치 담그면 색을 만들까 고명을 얹을까

맘속에 그려지는 작은 수채화들이 나의 얼굴에

해바라가 같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조롱조롱 매달린 나물들은 아무도 없는 베란다에

나를 웃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세상에 행복은 어떤것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서

내게 달려오고 가까이 있는 내 기준에 행복을

내가 만들어 가면 행복이다

 

내것이 아닌 것은 마음을 비우며 살아가자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신

아름다운 눈과 마음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자

햇볕을 주셔서 만들어진 마른 나물들이

내 작은 집에 조롱조롱 매달려 맛난 반찬으로 만들어질

그날을  설레이며 기다리는 마른 나물들이

행복을 던져주는 나의 작은 집

 

오늘은 조롱조롱이 나의 행복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