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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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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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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교사 체험기 3


BY 허무한 2006-09-22

컴퓨터 키보드 시간이다.
날 첨보는 아이들은 호기심에 가득한 눈치다. 그래도 별 말 없이 자리에 가서
앉는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사적인 질문은 사절.
놀라운 것은 어느 과목이 배정되더라도 그럭저럭 알만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건 지금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많이 작용하는 거 같다.
더구나 컴은 전공과 관련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담당교사가 남기고 간 과제를 전달하고
아이들을 지켜봤다. 아이들이 컴이랑 있는 날은 별로 그렇게 시끄럽거나
그렇진 않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배당된 과제가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나버려
한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게 됐다.
와글와글, 흠 이걸 어떻게 가라앉히냐?

"원래 사적인 질문은 사절이지만 너희들도 과제를 끝냈고
시간도 남아있으니 나에 대해 묻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대로 물어봐"
당연히 첫번째 질문은 어느나라 사람이예요가 됐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첮 줄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무릎을 탁 치며
"그럴줄 알았어. 한국여자들은 이쁘거든..."

뒤를 이어 줄줄이 여자애들 몇명이 나오더니
"울 엄마는 반 한국인이예요. 외할머니가 한국인이거든요"
또 다른 아이는
"울 이모도 한국인이예요"
"어디 사는데?"
"텍사스에 살아요"
"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요"
참 이렇게 작은 마을에 한국인과 관련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말인가?
별로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대체적으로 한국인에 관해서
갖고 있는 이들의 관념은 긍정적이다.
이쁘고,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등의.... 왜 이말을 하느냐 하면 종종 들어본 이야기이고
이 수업시간외에 다른 반 수업에서에서도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가 오고 갈 즈음에 뒷줄에 앉아있던 한 여학생이
"저요, 한국말로 'I love you' 를 어떻게 말해요"
" '사랑해'라고 하지"
"칠판에다 한 번 써 보세요"
칠판에다 써 줬더니
"그럼 'I am hungry' 는 어떻게 써요?"
"ㅎㅎ, 너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배고파' 라고 하지"
" 그럼 제 이름을 한국어로 써 주세요"
"이름이 뭐니?"
"쟈스민"
커다랗게 '쟈스민'이라고 칠판에다 쓰고 이렇게 쓴다고 했더니
아이들 몇몇이 자신의 이름도 써 보라고 해서 써 줬다.
다른 아이들은 노트를 들고 와서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 달라고 했다.
"이것봐 , 내 이름은 한국어로 이렇게 쓰는 거란다"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래도 시간은 남았다.
도대체 뭘 해야 할까?
" 너희들 중에 노래할 줄 아는 사람 있어?"
아이들 중에서 이쁘고 늘씬한 아이가 "저요" 한다.
쟈스민이다.
"앞에 나와서 노래 불러볼래?"
잠시 망설이던 아이가 나온다.
애들은 웅성웅성.
"노래듣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
절반이 넘는 손들이 올라갔다.
"그럼 노래한다. 너무 크게는 하지마. 옆반에 안 들릴 정도로 하는 거야"
그런데 나의 이 노력은 헛되게 끝나 버렸다.
애들이 주목을 하지 않았고 쟈스민의 수줍음 때문이었다.
어쨌던 그렇게 수업이 끝났다.
난 그렇게 딱딱하게만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적당히 분위기를 봐 가면서 풀어 주기도 하고 달래 주기도 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ㅎㅎ, 그러고 보면 교사훈련을 받은적도 없지만 나는 선생 체질인가?
사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교실을 떠났다.
쟈스민은 "사랑해, 배고파"를 반복하면서 떠났다.
복도에서 다른 교사를 만나자 '배고파'하고는 그말이 영어로 배고프다는
말임을 설명했다. "너, 정말 배 많이 고픈 모양이구나"
""예, 정말로 배 많이 고파요" 그러더니 깡총거리면서 떠나갔다.
그래도 어딜가나 아이들은 호기심 투성이고 순수한 면들을 어른에
비해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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