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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끊어질까봐...


BY 모란동백 2024-01-09

엊그제 일요일 둘째 제부와 셋째 제부 그리고 둘째 동생과 가까운 
언양장에서 만나 점심이나 먹자고 남편이 약속을 했단다 .

여느 일요일과 다름없이 몸이 으슬대고 깨지는 두통에 몸사리고 있는데 남편이 빨리 움직이라고 또 한바탕 해댄다 .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니 나는 왕짜증 그대로이다 . 
아파서 심신이 고달픈데 어딜 간다는 거여 ~~~!

동생이고 뭐고 내몸 고달프니 다음에 보자라고 전화하라 했더니 
늘 일상이 쌈닭이라 또 붙고야 말았다 . 
에혀 져야지 내 친정식구들 보러간다는데 ...
 
명분은 두 제부 모두 현직에서 은퇴를 한것이다 . 
그래서 그동안 수고하고 고생했다라는 의미로 남편이 점심약속을 
한것이고 친정엄마 돌아가시고 먹고 사느라 동서형제들끼리 얼굴도
못보고 지내다 제부들이 졸지에 백수가 된 탓에 기쁜마음에
큰 형님으로서 점심 한턱 내겠다고 약속을 한것이다 .

막상 만나고 보니 난 오싹거리던 몸살기는 어디로 가고 
정말 오랫만에 보는 제부들 얼굴이 꽃처럼 환하다 .
몇십년을 지긋지긋한 생업에 목숨 걸고 종사하다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심신이 어찌 되었던간에 편안한 모양이다 .

문제는 내남편이다 . 58년 개띠... 나이는 계산해보시구여 ~
아직도 택배일을 놓지 못하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꾸역꾸역 일터로 향한다 . 새벽 6시에 일어나 내가 싸준 김밥도시락과 각종 간식,음료수를 챙긴 간식가방을 둘러메고
 

왼쪽다리를 절룩거리며 나서는 모습을 
베란다 
너머로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울컥거리는 사실이다 .

류마치스관절염이 생겨서 무릎과 발목이 끊어질 듯한 통증을 
진통제로 참으며 아내병원비 벌어야 된다고 
자신의 통증은 말도 안꺼낸다
내가 또 걱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냐고 머리 싸맬게 뻔 하기 
때문이다 . 퇴근 후 들어 오면서 짜증을 내는 건 아마도  지긋지긋한 
통증 때문이리라. 병원에선 수술을 권하고 ..... 걷는게 필수인  
택배일도 그만두어야 된다 . 눈 앞이 캄캄하다

"형님, 힘내이소 ~ 대단 하십니다 . 형님은 그래도 현역이시잖습니까 ? "

아래동서들이 힘을 주니까 빙긋이 웃는다 .
"그럼 그럼 난 아직 현역이야 하   하   하 !! "
하고 웃어댄다 . 간만에 웃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못생긴 얼굴도 
아니구만. 우거지죽상만 보다가 오랫만에 웃으니 얼마나 보기좋아~ 

그 자리에서 나도 조만간 그만 둘 줄 모르겠다 하고 답하면 
밥줄 끊길까봐 은근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도 그런말은 없었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와 
" 발목 아파서 혼났네 " 그런다 . 아찔하다. 
밥줄 끊길까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