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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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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 못 깨우치고 초등학교에 간 둘째아이


BY 그린플라워 2007-05-24

느림보 학습법에 크게 공감하고

유태인들은 7세 이전에는 문자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에 솔깃해져서

큰아이도 그랬지만 작은아이도 글씨를 다 못 깨우치고

초등학교에 입학 했다.

 

첫 학부모모임이 있던 날 많은 이들 앞에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한마디 했다.

"선생님, 제 아이는 읽기와 쓰기를 못 떼고 들어왔습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연륜이 많은 담임선생님께서는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런 아이가 더 잘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작 본인은 별 걱정을 안하는데 다른 학부형들은 나를 딱해 하는 것 같았다.

며칠 뒤에 스무명남짓 어머니들이 모였을 때

"아~ 00어머니세요? 아이가 한글 못 떼고 왔다던..."

기억력도 좋으셔라.

 

드디어 받아쓰기 시험을 보게 되었다.

출제 예문문항이 스무가지가 되는데 일이삼번은 건너 뛰어 첫시험을 4회부터 실시한단다.

알림장도 개발새발 그려오는 녀석에게 난이도가 높은 받아쓰기 시험을 보게 하려니

내가 어질어질 했다.

일단 세번을 따라 쓰게 하고 잘 외웠는지 받아쓰기 연습시험을 치게 했다.

기억이 안나는 글짜가 서너군데 나온다.

자기 전에 한번 쓰게 하고 학교 가기 전에 한번 더 쓰게 해서 보냈다.

 

하교시간까지 못 기다리고 학교로 갔다.

아이 얼굴이 밝다. 시험노트를 꺼내 보니 90점이다.

'그림을 그립니다."에서 ㅁ자 받침을 빼먹고 썼던 게다.

바보취급을 하던 여자짝이 들여다 보더니

"나도 90점 받았는데... " 하며 신기해 한다.

 

그 짝은 처음에 같이 앉았던 똑순이로 우리 아이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수업 중에도 크레파스로 장벽을 만들고 답을 쓰고 다 쓴 답 위에 크레파스로 덮고 난 후에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하는 건지 가르쳐 주곤 하던 아이다.

 

요즘 그 아이 엄마가 전해준 말에 의하면

"그래도 00이가 좋았었어. 지금 짝은 끔찍해." 한단다.

게다가 자신이랑 같은 점수를 받은 우리 애를 신기한 듯 보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하더니

한참동안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게 아닌가.

 

어제는 더 어려운 받아쓰기 시험을 백점 맞아 왔다.

동생이 글씨도 잘 모른다고 걱정이 늘어져서

"어머니, 쟤 바본가 봐요." 했던 큰아이도 신기해 한다.

 

세번째 받아쓰기 연습을 하니 이제는 두번만 써봐도 다 외워서 완벽하게 받아 쓴다.

 

영어나 피아노도 최대한 늦게 3학년 이후에나 가르치려고 한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짓은 아이 교육에서만큼은 피하고 싶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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