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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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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커피와 국수애기


BY 천정자 2014-03-09


 

 

커피는 뭐니뭐니해도 자판기 커피가 제일이다.

위 사진의 자판기 커피는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메뉴상관 없이 단 돈 이 백원이다.

자주가는 도서관 휴게실에 한결 같은 가격으로 맛도 변함이 없다.

누구를 만 날 일이 생기면 도서관 휴게실로 초대 하듯이 오라고 하고

부담없이 커피 한 잔 산다.

여길 알 게 된 이후로 근처에 카페는 잘 안가게 되었다. .

그냥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일부러 부담없이 여기서 만나자고 하면 얼른 오신다.

한 친구는 나에게 전화로 어디냐고 물으면 도서관에 있다고 하니까

사람이 좀 번듯하게 보인다나 사실은 그게 아닌데

한 번은 돈만 꿀꺽 먹고 맹물만 나와서 이걸 어떡하나 했는데

자판기 주인이 마침 그 때 나타나신 것이다. 사정을 애기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란다.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커피 재료가 떨어질 때 즈음 그 시간에 쨘하고 나타나셨으니

금방 커피 재료 넣고 한 잔 빼준다. 공짜 커피 마시는 기분이 들어 더 맛있다.

한 번은 천 원짜리 지폐를 넣고 800원 거스름돈을

집에 가서야 생각이 났다. 그 전에 종종 커피 빼러 가면 나처럼 비슷한 정신줄 놓고 가듯 잔돈이 800원이 있어 로또당청금 보다 더 횡재한 기분으로 주위에 서비스 했었는데 그 잔돈이 그렇게 나도 두고 온 것이 잠잘려고 하는데 그 때 떠오르니 세상엔 진짜 공짜 없다.

이런 것을 두고 불멸의 진실이라고 해야 된다.

 

 

흐린 날은 잔치국수 먹는 날

이 집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한 십 여년 전에 친구가 한 번은 나를 보자고 해서 만난 곳이 이 작은 식당인데

알고보니 영업허가도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곳 이었다.

주인이 나보다 한 참 연배이신데 첫 인상에 그 동안 나 착하게만 살았어요 하고 새겨 놓은 얼굴이셨다. 이쁘거나 못생겼다거나 뭐 이런 인상은 나이 들어보니 별 것도 아니다.

그저 그 동안 살아 온 인생경력이 오롯히 얼굴에 새겨 질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또 다른 첫인상이 나에게 강렬하게 각인 되었다.

포장마차처럼 노상도 아니고 작은 콘테이너에 달랑 작은 테이블이 네 개만 있었다.

메뉴도 단촐하게 해장국 잔치국수 단 두 가지였다. 알고 보니 이렇게 단촐하게 식당을 허가를 낸다고 해도 규격미달일 것이다.

그렇게 그 집을 처음 가서 먹은 잔치국수가 지금도 삼 천원이다.

근데 국수맛은 일반 식당에서 먹은 맛보다 훨씬 월등하다.

식당 주인이 나를 잘 본 것인지 내가 자주 간 것인지 몰라도 먹고 모자르면 리필도 해 주신다. 내가 워낙 양이 적게 먹는 것이 안타깝다고 더 줄까 자꾸 묻는다. 그래서 조금만 더 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요즘에 별 일도 없는데 못 간지 한 일 년이 지났다.

촐촐할 때 그 식당 주인 얼굴보고 국수 먹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 적이 참 많았다.

비가 올려고 하늘이 꾸물럭 어두워지거나 흐린 날이면 꼭 이 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싶었다.

어떤 때는 전화를 걸어서 예약도 되냐고 하니까 막 웃으신다. 국수 미리 삶음 맛이 없다고 얼른 오라고 하신다. 그렇게 십 여 년이 후딱 지나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좀 뜸하게 안 보이면 나에게 전화도 하신다.

언제 와서 국수 막고 가라고 한다. 그 말씀은 돈도 안 받는다는 말이다.

착하게 생기셔서 착한 국수 값으로 성실히 장사하시더니 번듯하게 상가를 짓고 거기다가 식당허가를 내서 장사 하신다고 지금은 공사중이니 나중에 전화하면 단골이니까 꼭 오라는데 당연히 가야지요 난 착한 단골 고객이니까 내 대답에 맞아 맞아 이러신다.

 

한 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주위에 같이 오래 오래 버텨주는 사람들이 곳곳에 나무처럼 말없이 지킨다. 한 날 한 시에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산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인연보다 더 사연이 구구절절 하다. 일부러 찾아가 안부 묻는다는 것이 요즘은 보기드문 일인만큼 어느날 문득 늘 있어야 할 자리에 구멍이 나듯이 텅 비면 불안한 걱정이 앞선다. 습관처럼 익숙한 나이 먹는 것이나 누군가에겐 기대어도 늘 편안한 대상이 어디 그렇게 많이 없을텐데, 나는 그 나마 행운이고 고맙고 감사하다.

 

요즘 이산가족이 봄을 만났다. 얼었던 대화가 눈 녹듯이 터진 이어진 다리위에서 말 없이 눈빛 교환을 하고 서로 얼굴 보듬고 더듬어도 대화가 된다. 그럼에도 늘 턱없이 부족한 그 시간이 너무 짧다. 세모녀가 자살을 했다고 여기 저기 난리 법석인데 아무래도 이런 세상이

육이오 때보다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 때야 당연히 전쟁때문에 역사적으로나 상황으로나 어려운 것은 말 할 것도 없지만, 지금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그 전쟁 날 때보다 어려워 졌는지 감히 원인도 모를 무슨 몹쓸 전염병에 감연 된 환자와 다를 게 없다.

 

덕분에 요즘은 더욱 이 세상을 살아 간다는 것이 전쟁보다 더 치열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오늘은 착한 시간을 갖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