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20

삼대모녀유전


BY 천정자 2013-09-30



원룸으로 이사 간  딸네집엔 이것 저것 살림이 필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지만, 아직 울 딸냄 컴퓨터로 쇼핑을 잘 하지 못한다.

나도 잘 이용하지 않아 겁나기만 하고, 그저 돈들고 직접 시장가서 흥정해가며 사는 것만 진짜 물건 산 것 같다. 옵션이라 TV는 있는데 받침대는 없다. 결론은 받침대를 사야 한다.

그런데 귀찮다. 나도 그런데 이상하게 딸도 사러가기 귀찮았나보다. 굴러다니는 아이스박스가  네모라 TV 받침대가 되었다. 받침대는 하얀색이고 TV는 까만색이다. 그런대로 사용하는데는 별 불편함이 없어 그냥 그렇게 사용하자고 딸하고 합의를 했다.

 

그릇도 많이 필요하지 않은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접시도 서 너개는 되야겠고, 밥공기도 손님오면 여분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은 굴뚝인데, 이상하게 시장가면 당장 필요한 것 아니면 홀랑 다 까먹고 그냥 돌아오기 일쑤였다. 나중엔 벼르고 별러 시장갔더니 그릇파는 가게가 있는 시장이 정기휴일이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는데 왜 내가 가면 휴일은 맞춰가는지 맞춰도 이건 안된다 싶다. 미용실도  그 날  꼭 기억을 하면 뭘하나 그 날 그 요일인지 모르고 가보니 정기휴일이라고 팻말을 확인하고 돌아설 때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그제야 확인하니 사정이 이러 저러해서 결국 그릇을 못 샀는데 그 다음날  쓰레기 버리려고 쓰레기장에 가 봤더니 재활용 쓰레기 봉지에 큰 접시 네 개, 공기 네 개, 국그릇 네 개 , 그리고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딱 좋을 양은 냄비가 버려진 것이다. 자세히 보니 아직 상표가 떨어지지 않았고, 접시도 상태가 흠 하나 없이 새 것이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꼭 내가 사고 싶은 색상에 떨어져도 안깨진다고 광고를 한 메이커였다. 집에 얼른 주워와서 깨끗히 닦아 놓고 보니 영낙없이 시장에서 금방 사가지고 온 그릇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싶었다. 나중에 퇴근해서 들어 온 딸보고 그릇 좀 보라고 했더니 한다는 말이

" 엄마! 저 것 좀 비싼 거지?" 그런다.

 

딸 묻는 말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워 왔다고 뭐라고 할 것 같아 돈 좀 줬다고 하니까 요리 조리 보더니

왜 상표도 안 뗐냐고 한다. 그 상표를 본드로 붙였나 영 안 떨어진다고 했다. 딸의 눈엔 영낙없이 에미가 돈 주고 산 거라고 틀림없다고 믿는 눈치다. 그래서 사실은 쓰레기통에서 주워 왔다고 말을 아직도 못했다.

 

양념도 떨어져 가고 쌀도 사야하고 이것 저것 살 것도 많은데, 혼자 산다고 대충 넘어갈 일도 없는 것 같다.  쌀도 하루 지나면 똑 떨어질테고 게으른 에미가 그래도 딸내미 쌀은 사다놓고 볼일이다하고 부랴 부랴 시장 갈려고 하는데, 원룸 현관에서 이삿짐쎈터에서 온 트럭이 있었다. 원룸에서 살던  젊은 청년 둘이 이사를 갈려고  짐을 다 싣고 막 나가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모퉁이 길을 돌아서는데 큰 시커먼 봉지가 내 눈에 딱 걸린 것이다. 아니 이게 뭐지 열어보니 오 마이 갓! 포장도 뜯지 않은 영양쌀에 설탕, 소금, 황태채, 미역, 김이 포장된채로 버려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까 이사가던 청년들이 버리고 간 것 같았다. 

그 검정 비닐 봉지를 통째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쌀은 4kg에 설탕도 3kg에 소금도 3kg 어쩐지 들고 올 때 무거웠다. 미역도 자연산 미역에 김도 맛있는 돌김이었다. 이건 영낙없이 내가 시장을 본 것 같았다. 로또복권 맞은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쌀사러 가다가 쌀을 주웠다고 친정엄마한테 전화했더니 딸내미한테 애기하지 말란다.

요즘 애들 그런 거 이해 못한다나, 그릇도 주워서 쓴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런다.

" 모전자전이라더니 니도 나 따라하냐?"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나 어렸을 땐 남들이 말하는 지지리 못살았던 적이 생각난다.

맨 꼭대기 산 달동네에 단칸방에서 먹고 자고 늘 울 엄마는 그래도 밥은 굶기지 말아야 한다고 그 말씀은 기억이 난다.그 덕분에 나는 밥을 제 때를 놓쳐서 못 먹을 땐 있었지만, 쌀이 없어서 못먹은 적은 없었다. 그 부단한 세월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버렸을까. 이젠 울 딸 보고 밥은 꼭꼭 잘 챙겨먹어라 그래야 건강하다는 말을 내가 지금 하고 다니니 나 원 참!

 

그 때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울 때 쏘세지, 햄, 가공식품들은 쌀보다 더 비싸 울 식구들은 나물, 김치, 두부에 된장찌게 보리밥등 그런 것만 먹었다. 친정엄마는 어렸을 때 그렇게 그런 음식을 먹어선가 아직까지 식구 중에 당뇨나 고혈압등 성인병은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나보고도 그러신다. 외손녀에게 될 수 있믐 직접 집에서 해서 식사를 챙겨 주란다. 바쁘다고 간단하게 챙겨먹는 것 치곤 나중엔 건강엔 별로 안 좋다고 하신다.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쌀애긴 나중에 딸에게 애기해주란다. 다 먹고 난 후에 지가 뭐라고 할 겨? 그려 나중에 애기해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세상 살다보면 별별 일이 많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