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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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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심심했으면


BY 천정자 2009-09-14

어느 가을날 오랫동안 쏘다니다가 후드득 소나기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쏴아악  하늘에서 흐르는 강처럼 몰아쳐 내립니다. 당황한 나는   엉겁결에 곁에 넓은 해바라기 잎사귀에 머리만 꿩처럼 쳐박고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대다가 그래도 비는 내 온 몸을 적셨습니다. 가만히 해바리기를 쳐다보니 헤벌레 촘촘히 박힌 검은 주근깨처럼 시꺼멓게 익은 얼굴을 보고 웃었습니다.

니 나보다 더 많다! 주근깨가..

 

그러다가 또 해가 반짝 납니다. 또 걸었습니다. 아까 소나기가 조금 움푹한 곳에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어! 하늘에 구름이 여기도 있네.둥글지도 않고 네모나지도 않은 웅덩이 거울에 가을하늘이 푸욱 빠져서 파랗습니다.심술이 좀 나데요. 그래서 나는 웅덩이에 풍덩 풍덩 빠져 헝클어 놨는 데... 좀 있다가  보니 흙탕물이  조용해지고  다시 하늘색입니다.

 

에이.. 심심하다... 그냥 내비두고 또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 나비가 또 나를 쫓아옵니다. 자꾸 어깨에도 머리에 앉을려고 해서 모자를 흔들어 저리가 저리가 했죠.

 

키가 닿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팔랑팔랑 나를 따라 옵니다.

그래서 나도 그냥   걸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 집에 도착 할 겁니다. 땡감이 지금 홍시가 될려고 말랑말랑 해지는 데 얼른 한 입 가득 쭈욱 빨아 먹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