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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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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글 이어서) 끝이 어디쯤일까?


BY 하나 2004-12-09

그나이 되도록 목돈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는 현실조차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내 아이를 키워보니 나 역시도 자식이 다섯이나 된다면  목돈 만지기 어려울게 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이런 순간엔 그게 온전히 부모탓인것만 같다.

정작 내 부모는 우리 남매들 키워내느라 맛난 음식 한번 제대로 드시질 못했을텐데...

손주 녀석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뽀르륵 소아과로 달려가시지만

정작 당신들은 병원가는것을 큰 호강쯤으로 여기시니

아무리 자식된 도리로 말을 해도 그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고 용기없는 핑계를 대본다.

시간을 미룬것이 결국 병을 키우게 되고 들어가는 돈조차도 키우게 돼버렸다.

적금을 만기까지 끌고가본 적이 없다.

그 이전에 반드시 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게 되고, 그럼 나는 한치의 망설임과 실갱이할 새도 없이 바로 적금을 해지해서 부모님 손에 들려드리곤 했으니까.

처음엔 그러면서 기쁨을 맛보았었다. 나도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그리고, 부모님의 근심을 내가 덜어드릴 수 있구나라는 행복감에 가슴 뿌듯했었는데...

한해 두해, 그렇게 한번이 열번이 되는 어느 순간부터는 절로 어깨가 묵직해지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집안에 일이 생길때마다 모른척하자니 내 마음이 허락칠 않고, 그때마다 선뜻 나서서 돕자니 나중엔 허탈감 같은 것들이 마음 한켠에 자리하게 되고, 맏이란 것이 이렇게 버거운것인가 남는게 무엇인가라는 서러움도 꿈틀대고, 말로는 일일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또아리를 틀게 되었다. 어느순간 그 손길을 멈추니 늘 받기만 하던 다른 가족들이 의아한 눈초리로 한편 서운한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 느껴져 그 고비를 넘기도 사실 쉽지는 않았다.

결혼을 해서도 그 연결고리는 끊기지 않는다.

부모 자식의 연이 이어지는 한은 끊길 수 없음을 안다.

다음엔 다음엔 손을 내밀지 말자고 야속한 다짐을 하면서도 차마 부모의 얼굴 앞에선 그 약속을 지켜낼 수가 없어 또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럼에도 일찍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엔 미간이 찌푸려지게 되니

끝이 어디쯤일까?

어린 마음에도 동생들이 불평을 하면 나무라곤 했었다.

그 짧은 지식으로 네 앞에 부모가 못나보이고 맘에 안들어도 단지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는 섬길 의무가 충분하다고 강변하던 나였는데

이젠 내가 흔들리려고 한다.

부모가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거야라며 성질머리 못된  짜증까지 부려본다.

이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꼬맹이 내게 젖달라고 안긴다.

무릎에 턱하니 누워 가슴팍을 두드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 녀석을 꼭 안아준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웠겠지, 우리 할머니도 우리 아버지를 이렇게 애지중지하셨겠지싶어 감정의 골들이 눈녹듯 사라져버린다.

끝이 어디쯤일까?

끝이 있을까?

내 자식이 자라고 있는데 끝이 어디 있을까....

내가 죽은 후에도 나는 우리 부모의 자식일텐데 끝이 어디있을까?

나중에 내 자식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또 내가 그것을 안다면 그순간 나는 주저 앉아버릴지도 모르겠다.

그저 부모의 자리에 계심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노라고 다짐해본다.

잠시나마 쓸데없는 생각으로 미간 찌푸렸던 나를 꾸짖으며...

횡설수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