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작가의 방에 들어올 땐 늘 가슴이 벅차다.
마치 내가 작가가 된 모양으로...
클릭 한번으로 나는 그 누구의 이목따윈 상관없이 적어도 내가 꿈꿔왔던 신분상승을 한다.
모든게 이렇게만 쉽고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 너무 맨숭맨숭한 세상살이가 될거야라는 속단을 내리기도 한다.
작품쓰기, 작품 목록...
너무나도 낯선 단어다. 좀전의 신분 상승으로 고무된 내마음은 저절로 열기를 잃고만다.
부끄러움에 차마 고개도 못들겠다.
내가 쓴 글 옆의 조회수가 늘어갈 때마다 그 부끄러움은 더 크게 일어나 자꾸만 숨고싶어질 뿐이다.
내가 끄적이는 몇줄의 글이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어설프니까..
작품? 그래도 기분은 좋다.
"글을 쓰는 마음으로 살겠다"라고 포문을 열었던 열아홉살의 내가 떠오른다.
선생님께서 학교 교지에 편집후기를 써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뼘도 못되는 실력을 가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채
얼마나 진지하게 글을 썼는지 모른다.
그래도 남들보다 글을 잘 쓰니까 선생님이 이런 부탁을 하신거로구나 하는
자만감에 빠져서 후다닥 쓴 글을 어깨 뻐기며 당당하게 제출했던 기억에
새삼 또 부끄러움이 엄습해온다.
열아홉의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어른스러워지고 싶었을까.
글을 쓰는 마음으로 살고싶다, 글쟁이는 글 한줄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다듬고 또 다듬어서 토해낸다, 한 줄도 허투로 쓰여진게 없다, 한마디의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글쟁이는 안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글을 쓰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고싶다고
열아홉의 나는 글을 써내려 갔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썼는지 지금 열아홉의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글을 쓰는 마음으로 사는건 어떤걸까..
갈수록 오히려 의문이 생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후에야 작가는 한 줄의 글을 써내는걸 알면서도
오히려 너무나도 뭘 몰랐기에 겁도없이 그렇게 써버린것도 같다.
뭔가를 끄적인다는 건 참 좋다.
그러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게되고, 생각을 하면 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하늘 한번 올려다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내게 글 쓰는 건
두께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무형의 커다란 일기장을 가진 것과 같다.
나에겐 족보와도 같은 것이다.
15년이 흐른 후의 어느날 아침에 상념에젖어 몇자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