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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89

역시 봄! 이로 소이다


BY 오락가락 2004-05-03

 
 

그 춥던 겨울은 지나가고 싸늘한 꽃샘추위를 맞으며, 따뜻한 봄의 햇살을 기다린다.

언제부터 인지 봄은 어린소녀의 해맑은 미소처럼 내게 생기와 활기를 가져다주어,

봄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세월의 한 모퉁이에서 어린 딸과 반복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TV를 보면 나는 그저 뚱뚱한 아줌마며, 생활 속에 묻힌 애 엄마에 불과하다.

TV속 다른 주부들은 멋쟁이며, 세련된 옷차림, 화려한 장신구에 멋진 여가생활들을

하고 있어 부럽다. 더더욱 TV 시청 후 비평이나 제안, 토론자리에 나와서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과 조목조목 얻은 정보들을 비교하며 비판하는 모습에 놀랍기 그지없다.

그저 난 그냥 앉아서 TV를 볼 뿐 그런 깊은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고, 남들이 하는

말에 섬뜩 놀라며 각성할 뿐,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나태함 일까? 게으름일까?

어쩌면 살찐 탓인지도 모르지만.


예전에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해뜨기 전에 집을 나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플라시

도 도밍고의 노래를 들으며 밝아오는 아침을 맞고, 남의 집 담장너머 흩날리는 라일락향기와 함께 수영장으로 갔었지. 그리곤 영어회화 1시간 듣고, 출근하곤 했었다.  주변 사람 모두들 나는 평생 그렇게 열심히 살 거라고 했었고, 나 자신도 그럴 줄만 알았다.


결혼 후 남편과 견해차이로 매일매일 다투고, 생활에 묻혀 사는 방법을 터득해 무엇을 하기보단 포기하는 것이 늘어났다. 그 만큼 다툼의 시간도 줄어들었고, 꿈에 관한 열정도 식었다. 모든 주부들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때론 남편을 향해 야물 딱 지게 항의를 하곤 한다.

그럼 “그저 미안하다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해 보라고 ” 한다. 그 말이 이젠 나를 더 미치게 한다.


어쩌라고요? 열정은 벌써 다 식었고, 그나마 하려면 세살 박이 딸을 데리고 다녀야 하고, 운전면허는 있기만 하지 운전은 하지도 못해 한보따리 짐을 챙겨 다녀야 하고, 남편말대로

운전을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내 탓이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노력 없는 아줌마가 된 것은 인정한다. 어딜 가나 내 불편함과 옳음에 관해서는 따지게 되고, 인터넷을 통해 “고쳐 주십사” 요청도 하고, 불편사항은 곧 시정하게 한다.

그러나 진정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든지, 일기를 쓴다던지, 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없음이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이 TV를 시청해도 생각 없이 보게 될 뿐이지!


넉넉한 살림이 아니라도 바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그것이 내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도, 혹은 가족과 타인을 위하는 일이라고 좋다. 무언가가 정신없이 열정을 쏟을 것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쁜 꿈을 갖고, 희망차게 살며, 생활에 묻혀 살기보다는 생활을 변화시켜가며 살고 싶은데, 또 어떤 상황으로 포기가 빠른 선택이 될까 ?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운 생각, 서투른 글이지만 결혼 후 처음 갖는 약간은 긴장된 설레임의

시작이다. 역시 봄 탓이리라.

2004-03-22 10:29 조회수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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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 [2004-03-22,20:24]
  님!. 자신을 보며 고민하신다는 것은 이미 님이 깨어 있다는 이야기지요. 가까운 동사무소에서도 요즘 운동할수 있는여건이 많던데요. 찾아 보시면 길이 있을 겁니다. 좋은 결과있기를^^.
얼그레이 [2004-03-22,15:08]
  아마 결혼전에 넘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살아오시다가 결혼후에 긴장이 갑자기 풀려서 그럴겁니다..전 그 반대인걸요..결혼전엔 시간관념없이 태연하게 지내다가 결혼하고 나서 정신을 차린경우랄까요..님글속에 베어나오는 굳은 다짐만으로도 벌써 열정을 쏟고있는걸요..따스한 봄날과 함께 저두 덕분에 새 자루에 새로운 꿈과 열정을 담는 계기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