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갔을때 아들이 핸드폰을 바꾸면서 지가 쓰던걸 번호가 좋아 취소하기 아깝다며 엄마 쓰라면서 앙증맞게 손아귀에 들어오는 하얀색핸드폰을 줬다. 전화하는법과 받는법을(할때마다 비빌번호를 눌러야했다) 가르쳐주고는 나혼자만 아는 비번도 입력시켜주었다. 절대로 핸드폰을 안가지겠다고 다짐했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간사한 여자가 되어 편리함의 유혹에 넘어갔다. 신기한듯이 여기저기 쓸데없이 전화도 하고 남편에게 번호도 알켜주고,주머니에 넣고는 잊어버릴까봐 손을 푹 집어넣은채 동대문시장에 천끊으러 갔다. 지하철안에서 벨이 울리기에 얼른 꺼내어 비번을 누르고 받으니 묵묵부답~ 내 옆에서'여보세요'하는데 내 전화가 아니였다. 아, 창피해. 벨도 어떤 소리였는지 기억도 안나고 이제는 속지 않으리라 똑똑한척했는데 시장안을 한시간동안 돌아다니다가 집에오니 학교갔다온 딸아이가 전화를 내보라했다. 그러더니 전화가 4통이나 들어와있는데 왜 안받았냐고, 지하철에서의 실수를 얘기하면서 내전화 아닌줄 알았다했더니 진동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러면, 살갗에 닿여 느낌으로 알수 있다나.. 서울이 추울거라 예상해서 바바리를 입고 갔었는데 생각밖으로 더워 다음날은 친구 만나러 가면서 바바리를 벗고 나가니 주머니가 없어 핸드폰을 백에 넣고 다녔다. 옆자리에 가방을 놓고 친구랑 수다를 한참 떨고 집에 오니 또 딸애가 왜그리 전화를 안받냐고... 아무소리도 느낌도 없더라 했더니 '우리엄마 참!' 한다. 다시, 걸려온전화를 보는법.메세지 듣는법,진동에서 소리로...를 몇번이고 가르켜주는 딸애에게 나의 아둔함이 들켜 민망해서 할까말까 망설여 졌지만 차츰 나아지겠지 하며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러 영등포역으로 갔다. 기차시간이 일러 딸애와 백화점을 한바퀴돌고,점심먹고 개찰구에서 줄을서서 기다리는데 옆구리의 감촉이 이상했다. 받으니 남편이다! '이 사람야.어딜 쏘다닌다고 전화를 안받아?' 하며 소리를 꽥 질렀다. 순간 핸드폰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방에서 충전지를 꺼내고 핸드폰과 함께 배웅나온 딸애에게 징그러운 뱀을 던지듯이 건네줬다. '나. 이거 안할란다.오빠에게 취소하라고해' 갑자기 내가 핸드폰에 구속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개찰구를 빠져나오는데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다. 돈버는 여자가 아니니 급하게 날 찾을사람이 있을리 만무하고,동전몇개만 있으면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될것이고,집 전화기에 응답기를 켜놓았으니 볼일 있는 사람은 녹음해놓을거고, 또 다시 전화로 인하여 남편과의 예전의 전화전쟁도 없을거고.... 지금 생각하니 핸드폰의 유혹을 물리치길 백번 잘했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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