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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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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하면서...


BY 수향(樹香) 2004-02-21

애기 겨울이불을 빨기로 했다.

자고있는 애기를 우리이부자리로 옮기고 그옆에서 가만가만 이불커버를 벗겼다.

이불에선 애기젖냄새,땀냄새가 풍겨왔다.

코를 이불에 파묻고 한참을 맡으니 아기의 보송보송한 살갗이 느껴진다.

아기의 달고 곤한잠이 느껴진다. 그대로 시간이 정지하는것 같다.

이불을 들어내고 요커버를 벗긴다.

아기의 뒤척인 흔적이 그대로 요에 남겨져 있다. 꿈한조각이 떨어져 있다.

요위에서 애기는 잠을 자고,떼를 쓰고, 우유를 먹고, 꿈도 꾸었다.

때로는 이불동굴을 만들어 탐험놀이도 하고,막사도 만들어 전쟁놀이도 하고,또때로는 엄마와 까꿍놀이도 한다.

이불은 아가의 꿈공장같다.

애기는 이불을 끌어다가 덮기도 하고 안기도 하고서 잔다.

애기볼에다 뽀뽀를 하고서 애기이불과 요커버를 들고서 방에서 살짝나왔다.

 

따뜻한물에 세제를 풀고서 이불을 담궜다.

거품이 살짝일고서 손에 감긴다. 부드럽게 감기는 느낌이 좋다.

착착거리며 빨래가 빨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다른 빨래는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그뿐이지만,애기 빨랜 손으로 빨고싶었다.

애기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도 놓쳐지지않고 내손에서 놀다가 물에 녹아서 흘러가는 느낌이 좋다.

가끔은 내가 유별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그런 걱정도  즐겁다.

헹굼질을 통해 맑게 변하는 물을 보면 내기분도 덩달아  맑아진다.

물기를 꾹짜내고 힘껏 탁탁 털어서 널때의  튀는 물방울이 얼굴과 온몸에 튀면 살짝 얼굴이 찌그러지고 이제 반은 했다는 안도감과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든다.

팽팽이 펼쳐져서 널리는  이불에는 햇빛이 와서 머물고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담겨진다.

보송보송하게 말린 이불을 보면 이불을 덮고 잠잘 애기얼굴이 떠오른다.

따뜻한 햇살이 동무가 되어 꿈나라까지 데리고 갈테니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애기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내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