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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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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BY 낸시 2021-09-24

손님 중 하나가 날더러 낸시냐고 묻는다.
혹 뭔 실수라도 있었나 싶어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자기가 할 말이 있다한다.
귀 기울이고 들은 손님의 말을 요약하면 이런 거다.
자기가 사는 지역신문에 어떤 사람이 우리 식당에 가봤느냐, 참 좋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 밑에 자기도 가봤는데 좋다는 댓글이 열 다섯개 쯤 달렸단다.
그래서 자기가 오늘 와 봤는데 역시 좋다고 하였다.
손님 말을 듣고 살짝 가슴이 뛴다.
정말? 그랬던 거야, 그랬구나. 어떤 손님인지 고맙기도 하지.
이년 전에 다른 위치에 있던 식당에서도 같은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그 식당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내기 시작했었다.

칠십을 바라보니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뒤돌아보는 인생에는  후회되는 날이  참 많다.
울던 순간도 많았고 창피한 순간도 많았고 잊고 싶은 순간도 많다.
때론 죽고 싶을 만큼 힘들기도 하였다.
죽겠다고 약을 먹고 두 번이나 병원에 실려갔으니 내 인생도 사연이 많다면 많다.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난 일이고 되새겨 좋은 일도 아니니 잊으려한다.

산이 없는 여기 텍사스는 저녁놀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저녁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내 인생도 이제 석양이 되었구나 싶어서다.
해지는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운 날도 있다.
그런 날, 저녁놀을 보면서 내 인생도 석양에 더욱  불타오르길 소원해본다.

코로나로 정부에서 주던 지원금을 줄이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고 손님이 줄었다.
식당에 재료를 공급하는 사람이 식당들 모두 매출이 줄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렇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줄었던 손님이 다시 늘었다.
여전히 다른 식당 매출은 줄었다던데, 우리는 예외여서 의아했더니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식당 매출은 좋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내 인생은 지금이 석양이야.
아름답게 타오를 때란 말이지.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손님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자.
손님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니까.
그러면 내 인생의 저녁놀도 더욱 아름다울 꺼야.'

수많은 후회의 순간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저녁놀은 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  살아온 날이 어떠했건 상관없이 승리하는 인생을 한번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