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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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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BY 캐슬 2004-02-07

이른 아침 살금살금 집을 나왔습니다.

뺨을 스치는 매운 바람을 즐기는 마음으로 달려간 곳은 극장입니다. 어제 오후 예매해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기 위해서 입니다. 혼자서 극장을 와 보았던것이 언제 였었는지 까마득합니다. 어림짐작으로 30년은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이왕 마음 먹고 혼자 보는 영화 개봉 첫 날 첫 상영이 보고 싶었습니다. 첫 상영시간이 A.M. 9시 30분 입니다. 정말로 개봉 첫 날 첫 상영입니다. 조조 할인이 거금500원씩이나 되고 카드활인이 또 1500원이나 되니 이게 왠 횡재입니까?. 나 혼자만 텅 빈 객석에 앉아 보는가? 했습니다. 상영10분전에 입장해서 예고편 을 보다 보니 어느새 극장안은 3분의2쯤의 사람이 자리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제 옆자리 양쪽에서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나기시작합니다.

조금 더 있으니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에 신경이 자꾸만 쓰이게 됩니다.

꾹 참을려고 했는데 저도 결국 울고 말았습니다. 제가 원래 눈이 여리거든요

학도병으로 끌려가는 동생을 찾아 헤메이는 형의 애타는 눈빛을 보며 가슴이 타기 시작합니다. 동생은 학생이니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애원하는 형의 애원에 극장안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형과 아우가 다 징집되게 됩니다.

두 아들을 찾아 기차옆 수많은 사람속을 헤메는 말을 잘 못하는 어머니의 슬프고 간절한 눈빛은 어떻게 설명 드릴까요. 형의 약혼자인 영신이 누나를 발견하고 동생이 먼저 애타게 부르고 형이 그녀를 부르고 약혼자와 어머니를 뒤로하고 멀어지는 기차, 어머니와 형과 동생과 약혼녀의 슬픈 이별엔 여기 저기서 훌쩍대는 소리가 어둠속으로 묻힙니다.

총도 솔줄 모르는 동생. '무공훈장'을 타면 동생을 제대시켜줄수 있다.는  말을 믿고 철저한 군인으로 변하는 형을 보는 동생은 형이 안타까워 울며 매달립니다.

'형!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매달려 애원하는 동생에게 형은 냉정하기만 합니다. 형은 완벽한 군인이 되어 드디어 무공훈장을 탑니다. 내일이면 부대가 이동을하고  약속대로 동생을 제대시켜 주게 되는 날입니다. 중공군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며 아군은 남쪽으로 다시 밀리게 됩니다. 동생은 퇴각하는 길에 어머니를 잠시 보고 가려고 집에 들릅니다.

형의 약혼자 영신이 누나가 보리쌀 세되에 이름을 적은 공산당원 입당서가 문제가 됩니다. 부역자로 몰려 총살 당하는 장면을 동생이 보고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동생은 부역자를 옹호하는 공산당으로 몰립니다. 동생을 찾아 나섰던 형도 함께 사건에 휘말립니다. 동생은 북한군 포로가 수용되는 방에 함께 수용되고 형은 그 동생을 구하기 위해 바뀐 대장에게 애원하지만 대장은 북한군 포로가 갇힌 그 방을 소각시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소각 되어버린 잔해 속에서 자신이 사주었던 동생의 이름이 새겨진 만년필을 찾습니다.

동생이 아군에 의해 죽은 줄 알아버린 형은 이후 화면에서 잠시 보이지 않습니다.

부상을 입고 제대를 2달 앞 둔 어느날 후송된 병원에서 북한군의 '붉은 깃발부대'의 선봉장이 되어 나타난  형의 삐라를 보게 됩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잔인할 정도로 변해가던 형을 미워했던 동생은 형을 구하기 위해 다시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 지원서를 냅니다. 형이 있는 최전방으로 말입니다. 전투원으로 제일 앞에서 형을 만나려 했던 동생은  대북방송요원으로만 전투 참여의 기회가 주어 집니다. 형을 만나기 위해 북한군 속으로 걸어들어간 동생은 형에게 전화로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려 달라고 애원합니다. 단호하게 '내 동생은 죽었다'고 말하는 형때문에 절규하는 동생을 보며 영화를 보던 우리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내 동생과 형이 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하는중 만납니다.

동생은 형에게 죽도록 맞으며 '내가 형의 동생이라고…'수 없이 말하지만 형은 동생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형의 눈빛은 이미 예전의 그 눈빛이 아닙니다. 동생을 잃어버리고 미쳐 버린 사람의 눈빛입니다. 형제가 치고 받기를 수 없이 하던 어느 순간 형은 동생을 알아봅니다.

형은 동생을 살아 돌아 가라고 …살아서 돌아 가라고…동생의 등을 밉니다.

동생은 형과 함께 가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끝내 형은 동생을 밀어내고 형은 자신이 소속되었던 붉은 깃발부대를 향해 총을 겨누게 됩니다. 동생을 살려 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로지 동생을 위해서 아군과 적군을 넘나들며 총구를 겨누게 되는 형을 보며 우리는 울게 되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저 외에 다른 분들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일어서서 나오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러시더군요.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잘 만들었다'소리 들을 만 하게도 작품의 완성도는 높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아픈 6.25라는 역사가 그 바탕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 우리들의 마음이 더 아픈건지도 모른다는 제 생각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를 위해 투자한 오늘 아침 3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음이 행복했습니다. 잊었던 역사와 잘 몰랐던 역사를 영화라는 종합예술을 통해 알아야 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잊었던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 디음 세대인 우리의 자식들에게는 진실을 설명할수 있을 만큼은 알아야 합니다. 집에 있었다면 게으르게 T.V.아침프로를 침대속에서나 쇼파위에서 보고 있었을 겁니다. 때로는 엄마인 우리도 아내인 우리도 '나'라는 한 사람으로 '문화'를 즐길수 있어야 한다는 제 생각입니다.  영화 한편쯤 보는 호사를 스스로 누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꼭 영화가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음악회든, 그림 전시회든. 연극이든, 공연이든, 그게 무엇이든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