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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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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좋은걸...


BY 하주은 2003-08-04

하루가 후다닥 지나갔다.

6살, 3살 ...아이둘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그때마다

슬프고,아프고, 쓰라림도 많았지만 다들 그래도 그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결혼 7년의 생활이 거의 지옥이었다.

조금씩 벗어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일까 이제야 길이 보이고 아이들의 시끄러운 생활속에서 행복을 느껴본다.

며칠전 휴가를 다녀왔다.

남편은 질색하며 싫어하는 것을 큰 아이의 핑계를 대며 억지로 등 떠밀어

같이 갔다.

남편과 한집안에서 며칠을 보내는 것은 몇년을 지옥에서 보내는 것과 같다.

차라리 밖에서 다른 누구와 어울리면서 함께 보내는 것이 나을거라 생각해서다.

물론 시댁 식구와 함께지만....

휴가를 간 곳은 주왕산의 한자락을 끼고 도는 계곡이었다.

예쁘게 다듬어진 자갈들이 아니고 그저 바람에, 물살에 깨지고 부서진 돌들이

강 가장자리에 둘러져있고 얼마전의 장마로 물이 조금 많았지만 깨~끗했고

아무렇게나 생긴 바위절벽이며 나무들이 내 가슴을 파고들며

나를 깎아주고 있는듯 했다.

둥글게.. 둥글게..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너무나 신이난 큰 아이의 모습이 내 눈동자속에 선명히 박혔다.

나도 아이키우는 엄마구나... 하는것을 느꼈다.

6살 큰 아이의 삶속에 즐거운 시간보다 마음 아픈 시간이 더 많았을텐데...

그 강에서 부는 바람이 아이의 기억을 날려주면 나는 참 고마울텐데...

내 아이는 자신의 지내온 시간만큼 나의 지옥같던 시간과 같다는 것을 알까?

그것마저도 그 때 강에서 불던 그 바람이 가져가주면 나는 정말 그 바람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