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날의 겨울이생각난다.
호롱불 밝히던 두메산꼴은,
겨우내내 하얀눈으로 덮혀있었고,
찬바람이 불면 문풍자가 달달달 소리를 냈었다.
그 소리만으로도 밖의 추위가 짐작되곤했다.
무척 추운날에는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밤이며,
고구마를 구워먹었다.
겨울 방학이되면,
엄마는 년례행사로 엿 을 만들으셨다.
옥수수 나 또는 쌀을 엿기름에넣고 삮힌다음,
자루에넣어짜내면 뿌연 물이나오는데,
그물을 가마솥에넣고,한참을 달이면 맛나는 엿이되었다.
새벽부터 엄마는 분주하셨고,
아주 정성을 들이시며,진지한 모습으로 가마솥을 살피셨다.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뿌연물을 저으셨다.
아버지께서는 마른 장작을 한아름 안아다
아궁이에지피셨고,시간이 지날수록 가마솥에
뿌연물은 ,조금씩줄어들면서 붉그레해졌다.
나는 조바심에 부엌을 수시로 드나들며,
얼른 엿이 되기를 바랬다.
저렇게 많은 물이 언제나 줄어서 엿이될까?
오늘 안에 되기는할까?
나의 애타는 마음을 알기라도하는듯이,
사랑방 부엌에서는,달콤함이풍겨나왔다.
엄마는 더욱더 바삐 주걱을 저으셨고,
이따금씩주걱을 기울여서 엿물의 흐름을 살피셨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릴즈음,
뿕그레해진 엿물을 뜨면, 주걱끝에유리막처럼
맑은막이생겨났다.
'잘됐네'하시며, 우선 조청으로 쓸것을 한단지
퍼놓으셨다.
그리고 좀더 달이면엿이 되었다.
엄마는 엿물을 퍼 놓을 소래기(항아리뚜껑)를
가져오라 하셨고,온종일 햇볕에서 대기중이던
소래기를 마루에 죽~놓았다.
소래기에 엿물을 붓는것도 우선순위가 있었다.
우선, 아무것도넣지않는 엿을 두 소래기정도 부어놓고,그다음으로는콩 볶은것과 땅콩,검은깨등을 넣고 버무린다.
그리고 맨끝에는, 쌀튀긴것을 넣고 버무리면
아주 맛난 쌀과자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지엿은,겨우내 요긴한 군것질꺼리였다.
엿을 자꾸만 늘키면하얗게된다고해서,
동생들과함께 누가누가 더 하얗게 만드나 하고,내기를하곤했다.
조물락 조물락 거리며 때론 침을 묻혀가면서...
이제 머지않아 겨울 방학이되겠지.
장작불 지피시던 아버지와,
커다란 주걱으로 가마솥에 엿물을 저으시며
엿을 고아주시던엄마!
아주 오래전의 일 들인데....
나는 사랑방아궁이앞에앉아있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