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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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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생각하다


BY 빨강머리앤 2004-05-13

선생님, 하면 가슴아프게 그려지는 기억보다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떠오르는 많은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첫장을 희망과 꿈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셨던

초등학교 선생님 얼굴 하나하나 떠올려 보니 이리

미소 가득 얼굴에 퍼저 오는데... 그분들 지금도 건강하실까 너무 늦게 안부를

묻는 마음에 가슴 한켠 아릿해 오고 목울대가 뜨거워 집니다.

미숙하기 짝이 없었던 내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 가득 심어주셨던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동안 참 무심하게도 제대로 한번 감사 표시도 못했다는 자책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얼굴이랑 이름이 또렷이 기억나는 초등학교적 선생님들로

부터 해서 나를 이만큼이나마 자람에 가장 큰 공력을 주신 분들을

떠올려 보는 스승의날을 즈음했습니다.

 

학교가 이리 즐거운 곳이구나, 하고 즐거운학교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신

강태원 선생님.은 초등학교 일학년 담임선생님.

가슴에 손수건 달고 내가 드디어 학생이

되었구나, 설레임 얼굴에 발갛게 드러내고 하나, 둘, 선생님 따라 돌던 교정은 변함없는지.

교실 모퉁이나 복도 저쪽끝, 또는 학교 돌담 뒷언저리에서 불쑥 나타나

장난스럽게 나를 부르시던 선생님.. 그때 벌써 앞이마가 훤했었는데

할아버지도 한참 할아버지 되어 계실 우리 선생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미소가 번져온다.

 

첫 여자선생님, 학교를 통틀어 오로지 한분이셨던 여자선생님 반이 된게

그리도 자랑스러웠던 초등3학년.. 선생님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참 소탈한 분이셨다.

정식수업이 끝나면 여자와 남자를 갈라 청소하기 축구시합 시키시고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편을 하셨지. 숫자많던 여자조에 선생님까지 합세해 승리는 항상 여자팀이 도맡았고,

패배한 남자애들이 남아서 청소를 해야했었지.

그 재미난 추억 만들어 주신 선생님과 하룻밤을 함께 했었다.

어느 여름밤 선생님이 학교 끝나고 조용히 부르셨다.

'오늘밤 선생님 사택에서 놀다가 자고 가렴.'

친구하나 데려가 선생님관사를 조심스럽게 찾아가니 맛난 것 놓고

기다리던 얼굴이 뽀얗고 손이 유난히 예뻤던 우리 선생님.그날밤,

관사앞 화단에서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바닷가 솔밭으로 소풍을 가면 반대표로 뽑혀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4학년 우리 선생님은 그런 나를 학교끝나고 남게 하고 개인지도를 해주셨고...

무슨노래 부를래? 그노래는 박자 맞추기 힘들고 음, 그래 그노래가 좋겠다.

선생님 지도에 맞춰 '아빠의 얼굴'을 연습하고 돌아서면 노을이 살짝 퍼져오던

오렌지빛 서쪽하늘... 선생님께 인사하고 돌아서면 내 가슴에도 노을빛이 물들었던

사학년 봄소풍때 불러서 유행시킨 그 노래, '아빠의얼굴'은 두고 두고 내 추억의

한모퉁이에서 아빠의 얼굴을 그렸지. 알렝드롱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생겼던 얼굴의

그러나 작은 키가 살짝 아쉬웠던 윤창업선생님.

 

뭐든 해보거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창조적인 정신이야 말로 미래를

열어가는 키워드다..이해하기 힘든 첫인사로, 살벌한 첫시간을 열어,

아이들이 긴장케한 바싹마른 큰키의 5학년 담임 선생님은

'나는 수박을 좋아한다, 앞으로 너희들에게도 여러가지 수박을 먹이겠다' 선언하셨다.

수학하는 수박, 과학하는 수박, 사고하는 수박... 말끝마다 수박, 수박..

선생님과의 하루는 수박농사도 풍성했고 추억거리도 무성하게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 우리를 데리고 학교뒤 커다란 바위에 앉게 하시고 앞사람 어깨

뒷사람 어깨를 번갈아 안마하게 하셨지. 따사로운 사월의 햇살아래 짝꿍의

손을 씻어주게 하던 학교옆 도랑가는 아직도 물을 졸졸 흘려 보내는지 궁금하다.

친구등도 친구손도 그리 만지며 친구소중함 몸으로 일깨워주신,

하나 술 너무 좋아하셔서 그리 좋아하던 수박도 더이상 못드시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깡말랐던 우리 선생님. 나중, 5학년도 다 끝나고

교감선생님께 여쭤보니. 그선생님 돌아가셨다 그러셔서.. 가슴이 싸아하고

뭔가 울컥하던 어린가슴에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만 물컹물컹 솟구쳤었지. 아, 날마다

노래하나씩 가르쳐 주신 멋진 우리 선생님은 하늘에서도 노래 노래 부르고 계신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스승들은 한결같이 따사로운 분들이셨습니다.

내 아버지같고 삼촌같고 내 어머니 같은 따스함과

내 너희들의 스승이니 하나하나 길닦고 가르쳐 앞장서신

엄격함으로 기억되는 소중한 분들이셨지요.

나는 그분들이 원하는 뭔가를 보란듯 해놓은게 없지만,

그래도... 스승의날을 앞두고 내 소중한 선생님 한분 한분을 불러 보고 싶어집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명제를 깨달은 소박한 삶도 어쩌면

그분들이 가르쳐준 인생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그분들을 기억하는 동안, 나의 행복했던 유년은 내 기억의

창고에서 항상 빛을 발할것임을 알고,

내 인생의 갈림길에서 꺼내보는 유년의 기억창고는

내 살아있는 날까지 나의 '행복한 이끔이'가 될것을 또한 알기에

오월, 나는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실어 내 선생님을 한분 한분을 떠올려 보고자 합니다.

감사의달 오월입니다.